정부가 올해보다 8% 이상 많은 470조원 안팎 '슈퍼예산'을 편성할 전망이다.
예산 중점 투입 대상은 혁신성장, 사회간접자본(SOC) 등이다. 연구개발(R&D) 예산은 사상 처음 20조원을 넘긴다. SOC는 전통적 토목·건축 외에 생활혁신·지역밀착 분야를 포함해 총 35조원 이상을 편성할 것으로 보인다.
세수 풍년으로 재정여력이 있는 만큼 예산을 대폭 투입해 미약한 경기 회복세를 끌어올리고, 갈수록 심화하는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내년 재정 지출 증가율을) 7% 중후반으로 생각하고 있었지만 더 늘리겠다”며 “적극적 재정정책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정부 당초 계획(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내년 예산 지출 증가율은 5.7%다. 김 부총리는 앞서 이를 7%대 중후반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 이를 더 늘려 8% 이상 늘릴 방침임을 밝혔다.
국회에서 확정한 올해 본예산은 428조8000억원이다. 내년 예산을 7%대보다 많은 8~10% 늘린다고 가정하면 463조~471조원이 된다.
김 부총리는 재정 지출을 대폭 늘리는 이유와 관련 “고용·소득분배 악화 대응, 혁신성장을 위한 선도 대응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며 “세수 건전성 지표가 비교적 안정적인 점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현실을 감안해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은 검토하지 않지만, 편성 필요성 주장에 대해선 “일자리 상황, 초과세수를 고려하면 일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만큼 재정 역할이 중요한 때라는 인식이다.
내년 예산은 혁신성장과 SOC에 중점 투입한다.
김 부총리는 “올해 3조원이 안 되는 플랫폼 경제, 8대 선도사업 예산을 내년엔 5조원 이상 투입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R&D, 창업, 주력산업 경쟁력 제고, 고용혁신 등도 혁신성장을 위한 재정지원”이라며 “R&D 예산은 사상 최초로 20조원을 넘긴다. 그간은 구조조정을 해 19조원 수준에 머물렀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연구자가 자율성을 갖고 창의적으로 연구할 수 있도록 기초연구지원을 대폭 확대하겠다”며 “지능형 반도체, 뇌과학기술 등 원천기술 개발에도 중점 투자해 혁신성장을 뒷받침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전년대비 축소했던 SOC 예산은 내년 대폭 늘릴 방침임을 밝혔다. 다만 토목·건축 등 전통 SOC보다는 일자리 창출과 국민 삶의 질 개선에 도움이 되는 생활혁신, 지역밀착 분야 SOC에 재정을 집중 투입한다.
김 부총리는 “올해 정부가 국회에 제출했던 전통 SOC 예산은 17조8000억원(국회에서 증액해 19조원으로 확정됨)이었는데 내년은 이보다 증액해 내겠다”며 “도시재생, 주택 등 부문인 생활혁신형 SOC는 올해 8조원보다 대폭 늘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별개로 문화·체육 등을 위한 생활밀착형 SOC에는 7조원 이상 투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폭넓은 의미의 SOC 예산은 내년 35조원 안팎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규제개혁과 관련해선 원격진료를 포함한 의료 분야를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찬반 의견이 첨예해 협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내년 최저임금 인상으로 어려움이 예상되는 소상공인을 위한 지원 대책은 다음 주 중소벤처기업부 중심으로 내놓을 방침이다.
김 부총리는 바이오 산업을 8대 선도사업에 포함하는 방안을 이미 검토해왔고, 핵심 인력 양성 등 계획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6일 삼성은 김 부총리와 간담회에서 바이오를 '제2의 반도체'라고 강조하고 관련 규제완화를 요청했다.
김 부총리는 “8대 선도사업에 바이오를 포함하는 것은 이미 계획하고 있었다”며 “(삼성이 제기한) 세금 문제 등은 관계부처간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