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중국 정부가 미국의 눈치를 보며 '중국판 실리콘밸리' 조성 계획을 뒤로 미루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9일 보도했다.
중국 정부는 광둥성 9개 도시와 홍콩, 마카오를 묶어 미국의 실리콘밸리와 같은 세계적 혁신 경제권으로 개발하려는 '대만구(Great Bay Area)' 계획을 추진해 왔다.
SCMP에 따르면 당초 중국 정부는 이 대만구 계획을 상반기에 발표하려고 했으나, 미국과 무역전쟁이 벌어지면서 그 발표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지난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대만구 계획이 조만간 발표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총리의 발언 이후 5개월이 지났지만, 대만구 계획은 아직 발표되지 않고 있다.
한 소식통은 그 배경에 대해 "무역전쟁이 핵심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며 "중국 정부의 장밋빛 계획이었던 '중국 제조 2025'가 어떻게 미국의 반발을 불러왔는지 보면 된다"고 말했다.
'중국 제조 2025'는 지난 2015년 국무원이 중국 경제의 차세대 성장 동력이 될 IT, 항공우주, 신소재, 바이오 등 10대 핵심 사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힌 산업구조 개편 계획이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중국 기업들이 미국 업체들의 기술을 훔치고 정부의 막대한 지원을 받아 첨단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며 '중국 제조 2025'를 맹비난했고, 이를 '관세 폭탄'의 빌미로 삼았다.
한 소식통은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대만구 조성 계획을 축소할 경우 웃음거리가 될 수 있고, 그렇다고 계획대로 추진하자니 미국의 공격 대상이 될 수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에 중국 정부는 대만구 계획의 청사진을 한꺼번에 발표하는 대신 구체적 정책을 하나씩 발표하는 점진적 방식으로 대만구 계획을 실행할 것이라고 SCMP는 전망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