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핵심기술 육성 조직을 재편했다. 첨단 제조업 육성책 '중국제조 2025'를 겨냥한 미국의 무역공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기술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9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 국무원은 기존 '국가과기교육영도소조'를 '국가과기영도소조'로 개편하고 리커창 총리를 조장, 류허 부총리를 부조장으로 선임한다고 발표했다.
과기영도소조는 국가 과학기술발전전략과 규획, 중대정책 연구와 심의, 핵심 과기 프로젝트 심의, 국무원 각 부서와 지방 간 과학기술 현안의 협업 조율 등을 주요 과제로 활동한다. 왕즈강 과기부장이 과기영도소조 판공실 주임을 겸임하며 일상업무를 지휘한다.
이번 개편은 미국과의 무역갈등 속에 드러난 핵심기술 부재가 향후 중국 산업발전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위기감 때문으로 보인다. 미국은 대중 무역전쟁에서 '중국제조 2025'를 핵심 타깃으로 겨냥했다.
'중국제조 2025'는 2015년 국무원이 중국 경제의 차세대 성장 동력이 될 IT, 항공우주, 신소재, 바이오 등 10대 핵심사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힌 산업구조 개편 계획이다. 미국은 중국 기업이 자국 기업 기술을 탈취한다며 '중국제조 2025'를 관세폭탄 빌미로 삼았다.
중국은 과기영도소조를 중심으로 미국과의 전선에서 취약점으로 드러난 핵심기술 육성에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반면 중국이 미국 무역공세로 인해 '중국판 실리콘밸리' 조성 계획을 미룬다는 보도도 나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정부가 미 실리콘밸리 같은 '대만구(Great Bay Area)' 조성계획을 상반기 발표하려다 미뤘다고 전했다.
대만구는 중국이 광둥성 9개 도시와 홍콩, 마카오를 묶어 혁신 경제권으로 개발하려는 계획이다. 리커창 중국 총리가 지난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대만구 계획이 조만간 발표될 것이라고 밝혔다. 발언 이후 5개월이 지났지만 계획은 나오지 않았다.
SCMP는 소식통을 인용해 “무역전쟁이 핵심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며 “중국 정부의 장밋빛 계획이었던 '중국제조 2025'가 어떻게 미국의 반발을 불러왔는지 보면 된다”고 말했다.
한 관계자는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대만구 조성 계획을 축소할 경우 웃음거리가 될 수 있고, 그렇다고 계획대로 추진하자니 미국의 공격 대상이 될 수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에 중국 정부는 대만구 계획 청사진을 한번에 발표하는 대신 구체적인 정책을 하나씩 발표하는 점진적인 방식으로 대만구 계획을 실행할 것이라고 SCMP는 전망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