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달 23일부터 반도체를 비롯한 160억달러(약 18조원) 규모 중국산 수입품에 25% 관세를 부과한다. 당초 예고한대로 지난달 340억달러 규모에 이어 총 500억원어치 중국산 제품에 관세폭탄을 던진다. 미국 반도체업계 내에서도 자국 산업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7일(현지시간) “미국 기술과 지식재산권을 침해한 중국의 불공정 무역관행에 대한 대응조치”라면서 추가 관세부과 방침을 밝혔다.
USTR는 “지난달 6일 중국산 제품 340억달러어치에 관세를 부과한 것에 이은 추가조치”라며 “무역법 301조 규정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미 세관국경보호국(CBP)이 23일부터 중국산 수입품 추가 관세를 징수한다.
지난 46일에 걸친 공개 의견 청취 및 검토 기간에 업계에 미칠 악영향에 대한 우려가 제기됨에 따라 관세부과 품목은 예고됐던 284개에서 279개로 다소 줄었다.
관세부과 대상은 USTR가 중국 첨단 제조업 육성정책인 '중국제조 2025' 수혜 품목이라고 지목한 제품이다. 반도체와 관련 장비 등 전자, 플라스틱, 철도차량 등 철도 장비, 화학, 오토바이, 전기모터, 증기터빈이 포함됐다.
반도체는 시진핑 중국 정부가 '반도체 굴기'를 추진하면서 대대적으로 지원한 분야다. 중국 반도체 업체는 세계 수준으로 도약하지는 못했으나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인용한 미 반도체산업협회(SIA)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이 중국에서 수입한 반도체와 관련 제품 규모는 25억달러 상당이다.
미 LED 업체 크리는 미국 공장에서 발광다이오드 칩을 만들어 중국 조립공장에 보내고 조립된 제품을 미국에 들여와 시장에 내놓는다. 결국 이 업체는 미국이 부과하는 25% 관세의 영향을 받게 됐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SIA는 성명에서 “우리는 중국에서 수입하는 반도체에 부과되는 관세가 중국이 아닌 미국 반도체 업체에 해를 끼칠 것이라는 의견을 가장 강한 어조로 정부에 개진했다”면서 USTR 결정에 실망을 표시했다.
공청 기간에 '심각한 경제적 피해'를 야기할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해 목록에서 빠진 제품은 선적컨테이너, 부양식 독(Docks), 목재·플라스틱 등에 쓰이는 절단기계, 해조류에서 나는 알긴산(Alginic acid) 등이다.
미국과 중국 주요 2개국(G2) 간 무역전쟁이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궁극적으로 5000억달러 규모 중국산 수입품 전체에 고율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미 정부는 2000억달러 제품 관세율을 10%에서 25%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내달 6일 의견수렴 기간을 마치면 부과할 수 있다.
중국은 미국 관세부과에 동일한 강도로 대응할 방침이다. 600억달러 규모 미국산 제품에 25%, 20%, 10%, 5%로 차별화해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