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BMW 獨본사, 한국측 보고받고도 2년 간 무응답

BMW가 10만대 차량 리콜에다, 차량 운행 자제 조치까지 사상초유의 사태를 겪고 있는 가운데 BMW 독일 본사가 BMW코리아의 화재사고 위험 경고를 묵살한 정황이 확인됐다.

2017년 초부터 BMW코리아는 전국 정비센터에서 수집된 EGR(배기가스 재순환 장치) 관련 다수의 위험 보고서를 독일 본사에 수차례 전달했다. 하지만 BMW 본사는 이를 받고도 근본적인 대응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최근 국토부 조사방향이 BMW가 4개월 전에 EGR 냉각장치 결함을 파악하고도 은폐·축소했는지 여부로 좁혀진 상황에, BMW코리아에 쏠린 의심의 눈총이 BMW 본사로 확대될 가능성이 커졌다.

5일 수입차 업계에 따르면, BMW코리아가 2017년부터 '520d' 등 다수의 디젤차 모델에서 EGR 흡기다기관(manifold) 과열로 구멍이 나타는 결함 문제를 독일 본사에 수차례 보고했다.

엔진에서 한번 연소된 배기가스는 EGR 모듈을 거쳐 다시 흡기다기관을 통해 연소실로 유입된다. 보고서는 이 과정에서 냉각장치가 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해 발생된 열이 흡기다기관에 몰리면서 구멍이 발생한 다수의 사례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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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남지역 BMW 정비센터에 입고된 520d 차량. 흡기다기관(Manifold) 구멍이 발생했다. (사진출처 보배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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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지방 정비센터에 입고된 BMW 디젤 차량의 구멍 난 흡기다기관(Manifold) 모습.

BMW코리아 역시 엔진에서 발생한 고온의 배기가스가 냉각되지 않은 채 흡기다기관에 유입되면서 구멍이 났고, 이 관 위에 장착된 엔진커버 등에 불이 붙어 차량 화재로 번진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힌 바 있다.

결국 BMW코리아는 유력한 결함 원인을 이미 파악해 본사에 보고했지만 2년 간 묵살된 채 일부 부품만 교체하는 등의 안일한 대응으로 이번 사태를 키웠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BMW코리아 내부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매니폴드(흡기다기관)이 고열로 구멍이 난 건 이미 BMW코리아나 관계 정비센터까지 다 잘 아는 사실이다”며 “2017년 전후부터 독일 본사에 여러 차례 관련 리포트를 전달했지만, 근본적인 원인과 피드백은 받지 못해 정비센터는 아무런 대응할 수 없다는 말을 수도 없이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해당 부품이 강화프라스틱으로 만들 졌는데도 구멍이 난 건 누가 봐도 명백한 결함이며, 차량 화재로 번질 수 있다는 경고도 리포트에 포함됐다”고 덧붙였다.

독일 본사가 관련 보고서를 묵살하면서 이번 화재 사고는 거대 수입차 기업과 국내 판매법인 간 일방적인 소통체계가 불씨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독일 수입차 업체 관계자는 “로컬(한국)에서는 문제를 제기할 수 있지만, 판단은 무조건 본사가 하는 소통 구조다”며 “보고를 받고도 이를 간과한 건 판매 법인을 낮게 본 처사다”고 강조했다.

BMW코리아 측은 “독일 본사에서 피드백이 없다고 한 건 사실이 아니다”면서 “2017년부터 흡기다기관 문제 등을 파악했고 모든 가능성을 두고 사고 원인을 찾는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토부는 지난 2일 BMW 사태 관련 '늑장 리콜' 의혹에 대해 조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김경욱 국토부 교통물류실장은 “화재 원인 조사와 함께 BMW가 결함 원인을 은폐·축소하려는 시도가 있었거나 리콜을 즉각 시행하지 않은 정황이 있는지를 살피겠다”고 밝혔다.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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