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르는 화재 사고...잘 나가는 ESS에 찬물 끼얹을라 업계 노심초사

최근 신재생에너지 연계 에너지저장장치(ESS) 발전 시설에서 잇따라 화재가 발생해 원인 파악에 비상이 걸렸다. 업계에서는 배터리 결함 가능성은 낮게 보면서도 호황을 맞은 ESS용 배터리 사업 타격을 우려한다. 정부 육성 정책에 따라 ESS 시장이 급격하게 발전하면서 안전 공백이 생겼다는 지적에 향후 관련 규정이 까다로워질 수 있다.

5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업계에 따르면 올해 발생한 ESS 관련 화재 사고는 총 6건이다. 이 중 지난달 28일 세종시 제지공장 ESS 화재의 경우 설치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실제 가동 중 화재는 한전 경산변전소, 영암 풍력발전소 ESS 화재, 군산 태양광발전소, 해남 태양광발전소, 거창 풍력발전소 ESS 화재 등 5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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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암풍력발전단지. <전자신문DB>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전기안전공사, 각 지역 소방청을 비롯해 업체별 기술 전문가가 조사 중이지만 시설이 전소돼 화재 원인을 특정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전문가는 화재 원인으로 △폭염 △배터리 자체 결함 △특정 부품 결함 혹은 조립 과정에서 문제 △외부 충격 등 가능성을 꼽고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휘발성 전해액을 사용해 온도가 70도 이상으로 높아지면 발화 가능성이 높아진다. 여름철 ESS 내 에어컨 시설이 적절히 작동하지 않으면 화재 가능성이 높다.

다만 업계에서는 배터리 셀 자체 문제보다 각 전문 업체가 공급한 배터리, 배터리관리시스템(BMS), 전력변환시스템(PCS), 전력제어시스템(PMS) 등을 조립해 모듈화·시스템화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다. 정부 육성 정책으로 ESS 시장이 급격히 커지면서 검증되지 않은 업체가 진입해 안전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보급된 ESS는 작년 동기 대비 20배 증가한 1.8GWh다. 지난 6년간 총 보급량(1.1GWh)을 훨씬 상회한다. 상업용 ESS 촉진요금제와 태양광·풍력 발전소와 연계해 ESS를 설치할 경우 높은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가중치를 부여하는 육성 정책이 주효했다.

업계 관계자는 “ESS는 많은 부품으로 연결돼 있어 배터리 자체 보다 이를 제품화하고 운영하는 과정에서 부품 문제나 작업자 오류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면서 “시장이 워낙 호황이다보니 전문업체가 아닌 기업도 배터리를 구입해 설치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운영하는 등 급격한 시장 성장에 따른 진통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배터리 업계는 중대형 부문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ESS 배터리 안전 문제가 대두될 경우 사업 확장에 찬물을 끼얹을까 우려하고 있다.

화재 원인 조사와 별개로 주무부처인 산업부는 한국전기안전공사와 함께 용량 10㎿ 이상 ESS 전국 58개소에 대한 실태조사를 마쳤다. 조사 결과 취약한 부분이 발견될 경우 현재까지 부재했던 조립 시 안전 규정이나 점검 기준, 안전 인증 절차 등을 마련할 방침이다.


정현정 배터리/부품 전문기자 ia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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