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글로벌 ICO시장, 상반기 결산...잘나가던 ICO시장도 '적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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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공개(ICO)를 사칭한 '스캠(사기)'이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급증세다.

다단계와 불법 유사수신 영역을 넘나들며 ICO시장 자체를 훼손하고 있다.

스캠으로 조달받은 자금이 지하(음성) 자금세탁 용도로 악용되는 사례도 나타나 블록체인 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미친다.

이 같은 여파는 올 상반기 ICO시장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ICO 조달 형태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는 물론 스캠 피해가 급증하면서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신뢰 추락을 부추겼다.

KPMG와 크립토밸리 등에 따르면, 올 1월~5월까지 전세계 ICO는 총 537건이 진행됐다. 조달 금액은 137억달러다. 문제는 자금조달 상위 20개 프로젝트 중 5%는 소멸됐고, 20% 프로젝트는 중대 문제에 직면했다. 10%는 제품이나 성과를 아예 시장에 내놓지 못하고 있다. 자금 조달 받은 후 투자자로부터 의심을 받는 ICO프로젝트가 약 35%에 달한다.

수많은 ICO프로젝트가 준비 과정에서 모멘텀을 잃고 연기되는 일도 속출한다. 법적인 문제부터 ICO프로젝트 팀 문제까지 여러 이유가 있지만 ICO시장을 바라보는 투자자 신뢰 추락 영향이 크다. 과거에는 최대 10배 이상 ICO마진을 남겼지만 최근에는 2배 이상 이윤을 벌기도 힘들다는 부정적 시각이 팽배하다.

◇ICO 유니콘은 단 두건, 나머지 프로젝트 성과는 '도돌이표'

2017년 11월 이후 진행된 ICO 중 유니콘으로 꼽을 수 있는 프로젝트는 단 2건에 머물렀다. 텔레그램(17억달러)과 이오스(41억달러)다.

ICO가 침체기로 접어들었다는 전망이 나온다.

세계적으로 ICO규제 움직임이 지속되고, 여러 국가에서 각각의 가이드라인과 암호화폐 규제가 나왔다. 규제가 서로 엉키면서 정상적인 ICO기업은 자금조달을 뒤로 미루는 등 악순환이 반복됐다. 반면 표준화된 규제가 없다보니 불법 다단계 형태 스캠 프로젝트는 급증세다.

스캠 프로젝트는 개발자 경력이 거의 조작되거나 코인 발행으로 모은 자금을 들고 잠적하는 사례가 대부분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지난 4월, ICO로 80만달러를 모은 베네빗은 최고경영자(CEO)와 팀원 경력을 조작했고 자금조달후 홈페이지를 폐쇄했다. 지난해 11월 1235개의 이더리움을 투자받고 자취를 감춘 콘피도 역시 대표적인 ICO 스캠으로 분류된다.

대부분 투자자는 백서에 나온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장밋빛 허위 광고에 속는다.

토큰탑스에 따르면 스캠 ICO로 분류된 프로젝트만 1000곳이 넘고 숫자는 최근 들어 계속 늘고 있다.

ICO 조달액 상위 프로젝트를 분석하면 자금조달 후 내놓은 성과는 초라하다.

이오스와 텔레그램에 이어 드래곤(3억2000만달러), 후오비토큰(3억달러), 에이치닥(2억5800만달러), 파일코인(2억5700만달러), 테조스(2억3200만달러), 시린랩스(1억5790만달러), 방코르(1억5300만달러), 뱅커라(1억5090만달러), 폴카닷(1억4520만달러), 더 다오(1억4250만달러), 폴리매스(1억3940만달러), 베이시스(1억330만달러) 등이 조달규모로 15위안에 랭크됐다.

산업군도 다양하다. 소셜미디어부터 도박, 핀테크, 사물인터넷, 데이터 저장장치, 소비자 기기 등 미래 성장성을 홍보하며 자금을 끌어 모았다. 그러나 실제 상용화하거나 제품 혹은 기술을 내놓은 곳은 극히 드물다.

널리 알려진 글로벌 ICO조차 스캠 영역에 포함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도 확산되는 추세다.

◇급증하는 암호화폐…도난·자금세탁·먹튀 '악순환'

사이퍼트레이스에 따르면 올 상반기 암호화폐 도난은 지난해 총량보다 3배가 더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사이버 약탈자, 암시장, 랜섬웨어 범죄자, 다단계와 유사수신 먹튀 세력 등 소위 범죄형 금융 사고가 잇따른다. 규제당국도 수십억달러 규모의 새로운 자금세탁 시장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37개국으로 구성된 G20산하 자금세탁방지기구의 단속에도 불구하고 의심스러운 거래와 트랜잭션 신고도 지속 증가추세다.

문제는 어떤 ICO가 스캠인지 판단할 수 있는 정보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ICO의 가치판단이 되는 백서도 기술 용어가 많아 전문가조차 온전히 이해하기 어렵다. 백서 내용과 홈페이지 조작 여부도 알아채기 어렵다.

암호화폐 투자자 문제도 있다. 코인을 사서 비싸게만 팔면 된다는 생각이 많다. 그러다보니 백서나 어떤 기술을 상용화하는 지는 보지 않는다.

구태언 테크앤로 변호사는 “ICO프로젝트가 실패하면 채무 불이행이 되고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지만 법적 가이드라인이 애매모호해 피해자가 양산될 수 있다”면서 “해당 프로젝트에 계약서가 존재하는 지, 법률적 리스크는 없는 지 참여자가 꼼꼼히 사전에 파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ICO어드바이저 관계자도 “현재 일본 오키나와에 스캠 프로젝트가 들끓고 있다”며 “도쿄에서 다단계 형태로 스캠을 추진하던 많은 기업이 노출되자 상대적으로 정보 전파가 느린 오키나와에서 한탕하고 빠져나가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