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의 금융 계열사인 앤트파이낸셜이 금융 시장을 뒤흔들면서 중국 당국의 규제를 강화시키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앤트파이낸셜은 2004년 알리바바가 출시한 모바일 결제 솔루션 '알리페이'를 기반으로 설립된 세계 최대 핀테크 스타트업이다. 알리페이가 알리바바로부터 분사된 것은 지난 2010년이다.
현재 6억20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알리페이를 이용하고 있으며, 지난 6월에 자금 조달 과정에서 150억달러의 기업 가치를 평가받았다.
앤트파이낸셜은 지난해 마스터카드보다 더 많은 결제를 처리했으며, 세계에서 가장 큰 머니마켓펀드(MMF)인 '위어바오'를 관리하고 있다. 이 회사의 온라인 결제플랫폼에서는 지난해 독일의 국내총생산(GDP)에 2배가 넘는 8조달러 이상의 거래가 이뤄졌다.
WSJ은 앤트파이낸셜이의 이러한 큰 성공이 은행 등 경쟁업체의 견제와 중국 정부의 규제 감독을 강화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중국 은행들은 앤트파이낸셜에 예금을 빼앗기고 있다면서 이로 인해 더 높은 이자율을 지불해야 하고, 은행 지점과 자동화기기(ATM)를 폐쇄시키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심지어 국영방송의 한 해설자는 앤트파이낸셜을 가리켜 “은행에서 피를 빨아 먹는 뱀파이어”라고 묘사했다.
중국 정부도 점점 덩치가 커지는 앤트파이낸셜을 경계하고, 활동을 옥죄고 나섰다.
금융당국은 은행에서 앤트파이낸셜이 관리하는 MMF의 일일 인출 한도를 줄이는 등 대응에 나섰다. 앤트파이낸셜이 관리하는 MMF 자산 규모는 중국 최대 은행의 개인 저축 예금과 맞먹는 수준으로 커지면서 금융 리스크가 커졌다는 진단이다.
또 앤트파이낸셜을 금융지주회사로 지정할 것인지를 저울질하는 동시에 은행 수준의 자본 요건을 충족하도록 요구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칭화대 금융연구소의 주닝 부소장은 “수년간 중국 당국은 눈을 감고 가능한 크게 자랄 수 있도록 해줬다”면서 “이렇게 거대한 금융기관이 포괄적 규제체제에서 벗어났다는 것은 믿을 수 없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중국 중앙은행의 부총재는 특정 회사를 지정하지 않았지만, 일부 영향력 있는 결제회사들이 자신들이 규제받기에는 너무 크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중국 중앙은행은 알리바바는 물론 텐센트가 운영하는 위챗페이같은 비은행 계열 결제 사업자를 대상으로 2019년까지 에스크로(제3자 대금 예치) 오용 방지 시스템을 만들라고 지시했다. 이자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에스크로 예치 금액을 사용할 수 없도록 한다는 것이다.
한편 중국 정부는 앤트파이낸셜이 보유한 거래 데이터 중 일부를 정부 소유의 새로운 인터넷 결제 시스템으로 이관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는 궁극적으로 알리페이와 경쟁하게 되고, 수수료로 낮추게 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