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업계 전통 계절가전 공식이 깨지고 있다. 시장과 기술이 변하면서 계절가전 수요가 특정 계절에서 연중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청호나이스 6월 정수기 판매량은 약 3만8000대로 집계됐다. 이는 올해 1월 정수기 판매량(3만8000대)과 비슷한 수준이다. 올해 정수기 월별 판매량에서 약간 차이는 있지만, 지난해에 이어 연중 정수기 판매실적에 큰 변동이 없었다.
코웨이 정수기 판매 상황도 비슷했다. 지난해 기준 정수기 판매 실적은 여름철이 아닌 2, 3월이 가장 높았다.
코웨이 관계자는 “올해 여름에도 정수기 판매실적은 평소와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면서 “정수기 실적에서 계절 영향이 희미해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치냉장고는 소비자 생활패턴 변화와 제품 변화로 계절 특수성이 희석된 사례다. 최근 김치냉장고 시장에서는 스탠드형 제품 비중이 전통적인 뚜껑형 제품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스탠드형 제품은 김치뿐 아니라 각종 식품을 함께 보관할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김치냉장고 판매는 4분기에 80% 이상 집중됐지만 요즘은 60% 수준까지 내려올 정도로 수요가 분산됐다”면서 “소비자 김치 소비량이 줄면서 김치냉장고 기능도 단순 김치냉장에서 식품 보관으로 확장했다”고 분석했다.
에어컨은 여전히 여름 성수기 판매량이 높은 품목이다. 그러나 전자업계는 여름철 성수기 집중도를 낮추기 위해 연중 생산, 연중 판매 체제로 전환했다. 제품 수요를 비성수기로 분산시켜 성수기 공급부족 현상에 대처한다. 제조사는 비수기 에어컨 구매 소비자에게 공격적인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LG전자는 26일 컨퍼런스콜을 통해 이 같은 전략을 밝히기도 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에어컨에 공기청정과 제습기능 등 융복합 기능을 탑재하면서 비수기에도 사계절 판매하겠다”고 설명했다.
공기청정기 역시 봄철 판매고가 급증했지만 미세먼지 이슈가 연중으로 이어지면서 계절성이 무색해졌다는 게 업계 전반 평가다.
가전업계 계절 공식이 깨지는 이유는 환경 변화와 소비 패턴 변화에 따른 제품 혁신을 꼽을 수 있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계절 환경이 바뀌면서 소비자 생활 습관과 소비 패턴이 바뀌는 것이 기존 계절가전 공식이 깨지는 가장 큰 원인”이라면서 “에어컨처럼 특정 시점에 대란이 발생하는 품목은 연중으로 분산시키는 것이 시장 대응에 유리한 측면도 있다”고 부연했다.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