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와 우려 속에 시작된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 한 달이 됐다. 현장에는 다양한 목소리가 혼재한다.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실제로 즐길 수 있는 산업 분야와 기업 종사자는 소소한 심정적 불편함을 토로하면서도 긍정 반응을 보인다. 여건상 52시간 근무로는 자신의 업무를 소화하지 못하는 종사자들은 '카페 야근'을 감수하면서 불편함 정도를 이야기한다. 대기업 간부들은 주52시간 준수·감독에 집중한다. 만에 하나 문제가 생기면 대표이사에게 불똥이 튈 수 있는 일이니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중견기업은 근로자들이 중소기업으로 빠져나가는 새로운 형태 인력난을 우려한다.
주 52시간 근무제 한 달을 겪어본 현장에서 나오는 공통 목소리는 제대로 된 정부 가이드라인이 없어 혼란스럽다는 것이다. 대기업도, 중견기업도, 사업주도, 근로자도 서로 눈치를 살피는 이상한 상황이다. 근로자는 주어진 일거리가 줄어든 것이 아니라 근로시간만 줄어들었다. 일은 다 하되 정해진 시간을 넘겨 일하지 말라는 관리 감독 지시가 황당하고 애매하다.
기업주는 더 막막하다. 근로시간을 줄이기 위해 대체 인력을 충원하려 해도 인건비가 부담이다. 말 한마디 삐끗하면 형사 처분을 받을 판이다. 일부 업종은 '유연근무제'를 활용하려 하지만 아무리 고심해 봐도 3개월로 제한된 탄력적 근로시간제 가지고는 해결책이 나오질 않는다.
주 52시간 근무제는 아직 과도기 상황이다.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것이다. 언젠가는 안착되겠지만 그 과정에서 치유할 수 없는 사태를 맞는 기업이, 산업이, 사장이, 근로자가 생겨날 수 있다. 자칫 국가 경제도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범법자 양산도 우려된다.
제도 안착을 위한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 지금부터라도 현장 목소리와 현실 반영에 힘써야 한다. 정부가 시작은 해놓고 '어떻게 되겠지'라는 심정으로 시간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린다면 직무유기다. 주 52시간 근무제로 인한 출혈을 최소화하려는 정부 노력이 필요할 때다. 조금 더 디테일하게 현장을 살피고 현실을 수렴하는 정부 모습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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