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저출산·고령화, 경제에 직격탄...정부 대책은 '답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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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고령화는 경제·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미친다. 노동력 저하, 저축 감소, 투자 위축, 재정수지 악화 등으로 우리나라 성장잠재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노동 공급력 자체가 줄고 고령화로 노동생산성도 하락한다. 출생자보다 사망자가 많아져 인구 감소가 시작되면 소비가 줄어들고 내수경제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최악 상황에 직면한 문재인 정부는 최근 저출산·고령화 대책을 내놨지만 기존 정책 확대·강화에 그치고, 현실성도 떨어져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저출산·고령화는 경제·산업 전반 악영향

저출산·고령화는 생산, 소비, 노동, 재정, 투자 등 여러 경제 분야에 중장기로 막대한 악영향을 준다. 경제성장은 물론 인플레이션, 경상수지, 재정 등 거시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사람은 생애 시기마다 근로 활동, 생산성, 소비 및 저축 패턴이 달라지게 마련인데 인구고령화로 경제 내 연령별 인구분포가 변화하면 거시경제 전체 성과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출산율이 계속 떨어지면 인구가 감소하고, 인구가 감소하면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더 빠른 속도로 줄어든다. 생산가능인구가 줄면 투자·노동·총요소생산성·국내총생산(GDP) 같은 대부분 거시경제 지표가 동시에 악화된다.

저출산·고령화는 실제 고용절벽 원인으로 작용했다.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올해 취업자 수 증가는 26만명 내외로 전망된다. 지난해 32만명 대비 6만명가량 감소한 것이다. 내년에도 취업자 수 증가는 29만명으로 30만명대를 회복하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 총인구 중 생산가능인구 비율은 2016년 73.4%를 정점으로 지난해부터 줄기 시작했다. 오는 2025년에는 60%대, 2040년에는 50%대로 각각 내려갈 것으로 예측된다. 저출산·고령화 영향으로 경제활동 가능인구가 줄어들면 취업자 수가 늘어나기는 어렵다는 이야기가 된다.

산업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생산가능인구 비율이 실제치보다 0.1%포인트 감소하면 투자는 연평균 0.96% 떨어지고 노동도 연평균 0.22% 줄어든다. 총요소생산성이 연평균 0.07% 감소하고 GDP는 1~5년 차에는 0.2%, 6~10년 차에는 0.4% 하락한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인구고령화에 대응해 경제활동 참가율, 생산성 등 경제 주체 행태가 바뀌는 상황을 상정하고 시나리오별로 인구고령화가 우리나라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을 추정했다.

성장회계 모형에 통계청의 인구추계를 반영해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2000~2015년 기간 중 연평균 3.9%에서 2016~2025년 기간 중에는 1.9%로 하락하고 2026~2035년 기간 중에는 0.4%까지 하락할 것으로 추정됐다. 최근 악화된 출산율을 감안하면 해당 시기가 몇 년씩 앞당겨진다.

한국은행은 인구고령화가 경제성장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가 상당히 크게 나타나는 것은 우리나라 인구고령화 속도가 매우 빠른 데다 연령대별 근로소득과 소비 형태가 전형적인 신흥국 패턴을 보이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산업 측면에서는 제조업 비중 하락이 예상된다. 고령화·저출산을 앞서 경험한 일본, 독일, 프랑스 등 선진국 사례를 보면 제조업 비중이 줄어든 반면에 금융·공공서비스업 비중은 증가했다. 고령친화산업 활성화를 위한 정부 재정지출 확대, 고수익 장기금융상품에 대한 수요 증가 등도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새롭게 나타날 트렌드다.

더 큰 문제는 사망자 수도 계속 늘어나면서 전체 인구 감소 시점이 점점 빨라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망자 수가 출생자 수보다 많아지면 인구가 자연감소한다. 인구 감소 시점이 빨라질수록 소비 감소와 생산가능인구 감소 등 현상이 심화해 국가 경제는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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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고령화에 따른 경제성장률 시나리오. [자료:한국은행]

◇정부 매번 저출산·고령화 대책만…실효성은 물음표

정부가 2000년대 중반부터 지금까지 1~3차 저출산 대책을 5년 단위로 내놓았다.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 문제를 극복하겠다면서 정부는 수백조원 규모 예산을 쏟아 부었지만 결과는 최악 출생률로 돌아왔다.

문재인정부는 지난 5일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주도해 관계부처 합동으로 '일하며 아이 키우기 행복한 나라를 위한 핵심과제'를 발표했다. 정부는 이번 저출산 대책에서 그간 출산율을 높이고 보육환경을 개선하는 데 뒀던 정책 중점을 아이와 아이를 키우는 부모 삶의 질을 개선하고 비혼 출생 등 모든 출생이 존중받는 여건을 조성하는 쪽으로 옮겼다.

하지만 정부도 인정하듯, 저출산 현상은 우리 사회 전반의 삶의 질이 악화한 결과이기에 이번 대책으로 심각한 결혼·출산 기피현상이 완화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최악 상황을 맞아 내놓은 대책 치고는 무게가 떨어진다는 평가다. 이번 대책에 드는 비용은 주거 부문을 제외하고 한해 9000억원 정도다. 대규모 사업은 아니다. '1세 아동에 대한 의료비 경감' '아이돌봄 서비스 확대' 등은 기존 정책을 강화하는 수준에 그쳤다.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

'임금 삭감 없는 육아기 근로시간 1시간 단축' '남성 육아휴직 사용 확산' 등은 법 개정이 필요하고 회사에서도 일정부분 부담을 진다.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에 이어 또 다시 사업주와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정부가 아무리 돈을 투입해도 실제 아이를 키우는 부모가 체감하는 부담이 크게 줄지는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출산을 희망하는 사람의 육아 비용을 파격 경감해주는 정책이 아니면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육아휴직을 확대하고 주택 장만 기회가 넓어지더라도 중소기업 근로자가 장기간 출산휴가를 쓰고 육아휴직에 쉽게 나설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전문가들은 보육, 일자리, 교육, 주거 등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가 얽히고설켜 있는 저출산 문제를 총체적 관점이 아닌 개별 정책으로만 대응했던 점을 실패 원인으로 꼽는다.

모든 정책을 종합해 '삶의 질'을 개선하는 것이 출산율 향상을 위한 근본 처방이라는 것이다.

이창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기획조정관은 이 같은 지적에 수긍하며 “단기로 특단 대책이 나오기 어려운 상황에서 당장 내년부터 실행할 수 있는 대책을 발표한 것”이라면서 “우리나라 적정 인구 규모를 전망하고 장기 대책인 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재구조화해 10월에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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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정부 저출산 대응방향. [자료: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함봉균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hbkon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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