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폭염에 여름철 에어컨 대란이 현실화됐다. 매장마다 에어컨 물량이 없거나 에어컨 설치 주문이 밀려 에어컨을 구매해도 최대 한달까지 대기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무더위에 에어컨 구매가 몰리면서 제품 구입후 설치까지 걸리는 시간이 크게 늘어났다. 이를 위해 서울과 수도권, 지방 소재 가전양판점을 무작위로 방문하거나 유선상으로 에어컨 구매 후 설치까지 걸리는 대기시간을 문의했다.
지난 24일 서울시 중구에 있는 한 가전매장을 직접 방문했다. 현장에 있던 판매 담당자에게 에어컨 구매를 문의하니 난감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에어컨 판매 담당자는 “지금 구매를 해도 당장 제품을 인도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에어컨 설치 캐파가 꽉 찬 상황이라 최소 열흘은 기다려야 하고 설치일을 확약할 수 없다”고 했다. 또 다른 담당자는 “매장 내 에어컨 재고가 부족해 재입고 시기를 감안하면 설치까지 족히 2주 이상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매장 반응도 비슷했다. 경기도 소재 가전양판점 담당자는 “폭염으로 설치 주문량이 몰렸다. 브랜드에 관계없이 15일은 지나야 고객님 댁에 설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안내했다.
인근 지역 양판점에서는 “현재 에어컨을 설치할 기사가 부족한 상황이다. 특정 브랜드와 스펙으로 한정할 경우 한 달 이내 설치가 어려운 제품도 있다”고 말했다.
일선 매장이 겪는 에어컨 대란 원인은 에어컨 설치 주문량 폭주에 있다. 폭염과 열대야에 힘입어 전자랜드프라이스킹 이달 셋째주 에어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31% 증가했다. 하이마트 둘째주 에어컨 매출액도 직전 주보다 135% 뛰었다.
한 에어컨 설치기사는 “이른 오전부터 야간까지 설치를 해도 폭증하는 주문량을 소화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기사당 설치 배정건수는 폭염 직전보다 약 1.5배 늘어난 상황이다.
가전업계에서는 지난해 폭염으로 에어컨 수요가 폭증하면서 심각한 공급부족을 겪은 바 있다. 업계는 올해 초 일찌감치 에어컨 생산라인을 가동하며 에어컨 물량을 확보하고, 수요 예측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에어컨 제조사와 판매점은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무더위가 일찍 찾아온데다 지금과 같은 폭염이 한동안 이어질 것 같다. 앞으로가 더 문제될 것”이라며 “지난해 수요가 몰렸던 시기에 설치 대기시간이 3주~4주까지 걸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기시간은 더 길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에어컨 대란으로 중소 에어컨 제조사는 '낙수 효과'를 누리고 있다. 삼성·LG 제품이 품귀에 까지 이르면서 중소 제조사의 브랜드를 선택하는 고객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도차이는 있지만 해마다 에어컨 대란이 반복되고 있다”며 “본격적인 무더위 전에 사전계약을 한다면 여유있는 서비스에다 가격 할인 혜택도 받아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