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지만, 중국 정부나 언론은 이례적인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3일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 CNBC 방송과 인터뷰에서 이같이 발언했다.
이는 중국에서 수입하는 사실상 모든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뜻이지만, 중국 상무부나 외교부는 어떤 성명도 내놓지 않았다.
중국 당국은 물론 관영 매체인 신화통신이나 글로벌 타임스도 5000억달러 관세 위협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22일 사설을 통해 미국에 "낭떠러지에서 말 고삐를 돌리라"고 경고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5000억달러 관세 위협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이전에 비슷한 일이 발생했을 때 중국 당국이 훨씬 단호하게 대응했던 것에 비춰보면 이 같은 중국의 침묵은 이례적인 것으로 평가받는다.
지난달 15일 미국이 500억달러 규모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부과를 발표하자, 중국 상무부는 다음날 새벽 1시 30분에 곧바로 보복 조처를 발표했다. 여기에는 중국이 관세를 부과할 미국산 제품의 세부목록까지 포함됐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2000억달러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를 언급했을 때도 중국은 "양적이고 질적인 대응 조치를 하겠다"고 천명했다.
ING은행의 아이리스 팡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이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응하지 않는 것은 부분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단순히 엄포에 불과하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최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회동과 관련한 비판이 거세지자 여기에서 관심을 돌리려는 것일 수도 있다"며 "명확한 관세 발효 시기가 발표되지 않는다면 이는 중국에 걱정거리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국이 미국의 관세 부과에 대응할 별다른 무기가 없어 반박이 나오지 않는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미국이 중국에서 수입하는 제품의 규모가 5000억달러에 이르지만, 중국이 지난해 미국에서 수입한 제품은 1300억달러어치에 불과하다.
이는 미국이 5000억달러 중국산 제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더라도 중국이 이에 맞대응하기가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