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도 바뀐 정부의 '경제신호'…시장 혼란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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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정부가 던지는 '경제신호'가 급변해 시장 혼란이 우려된다.

정부는 '긍정적' 경제상황 판단을 불과 5일 만에 '부정적'으로 바꿨다. 경기부양책 효과를 반영해 비교적 높게 설정해온 성장률 전망은 갑자기 '현실적 수치'로 변경했다. 정부의 경제상황 평가는 시장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만큼 급격한 변화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2일 기획재정부가 최근 발표한 공식 경제전망 자료를 확인한 결과 정부는 불과 닷새 만에 경제상황 판단을 180도 바꿨다.

기재부는 지난 13일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에서 우리 경제 불확실성 확대를 우려하면서도 “회복흐름이 이어지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기재부는 매달 그린북을 발표하는데 1월부터 7월까지 빼놓지 않고 '회복흐름' 평가를 내놨다.

7월 그린북 발표 후 닷새가 지난 18일 정부는 '하반기 이후 경제여건 및 정책방향'에서 '회복흐름' 평가를 뺐다. 반대로 “반도체를 제외한 수출은 정체, 투자는 감소하는 모습” “그간 성장에 기여해온 건설·설비 등 투자부진 지속 전망” 등 부정적 전망을 대거 포함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국민 경제심리를 고려해 비교적 밝은 평가를 내리는 경향이 있다”며 “이번 평가에는 이례적으로 부정적 평가가 가득했다”고 말했다.

올해 성장률 전망은 '수치'와 수치를 계산한 '조건'을 바꿨다.

정부는 올해 성장률 전망을 3.0%에서 2.9%로 낮췄다. 0.1%포인트(P) 하향조정이지만 정부가 '3%대 성장률'이 어렵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큰 변화다.

기재부는 종전과 달리 성장률 전망치에 경기부양책 효과를 반영하지 않았다. 일례로 정부는 이번 대책에 포함한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안이 '0.1%P 성장률 제고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히면서도 이런 점은 전망치에 반영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김동연 부총리 발언대로 지표상 숫자와 국민 체감 간 괴리를 줄여 효과적으로 정책 대응하겠다는 의지 표명”이라며 “일단은 앞으로도 계속 경기부양책 효과를 반영하지 않은 전망치를 낸다고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장밋빛 전망'을 경계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경제상황 평가를 급선회해 시장 혼란을 야기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 악화가 감지됐을 때 정부가 점진적으로 국민·기업에 신호를 보내 혼란을 최소화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수개월 전부터 경제상황 악화 현상이 보였지만 정부는 번번이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국내외 민간연구소가 성장률 전망을 낮출 때에도 정부는 “여전히 3%대 성장경로에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정부가 경제지표 목표 달성에 큰 의미를 둬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경제전문가는 “정부·정치권이 스스로 3%라는 숫자 달성에 얽매여 있는 상황”이라며 “숫자보다는 실제 어떤 경제정책을 펼칠지, 얼마나 국민에게 도움이 될지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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