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세탁기 대미 수출이 완제품에서 부품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 세이프가드 발동과 현지 생산 물량 증가 여파로 우리나라가 2분기까지 대미 세탁기 관련 전체 수출 규모는 반토막났다. 완제품 수출이 둔화된 상황에서 같은 기간 세탁기 부품 수출 실적은 같은 기간 약 50% 늘었다.
19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6월까지 미국 세이프가드 적용 품목인 완전자동세탁기(HS코드 기준 845011), 세탁기 부분품(845090), 세탁기(845020)의 상반기 수출금액은 6430만달러(약 725억원)를 기록했다. 이는 1억2606만달러(약 1422억원)를 기록한 지난해 상반기 실적보다 약 49% 줄어든 수치다.
세이프가드에서 제외된 품목은 수출금액이 미미하기 때문에 국내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세탁기 수출 물량을 포괄한 금액으로 볼 수 있다.
수출 품목 별로는 올해 6월까지 완전자동세탁기가 385만달러(약 43억원), 세탁기 5124만달러(약 578억원)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2.8%, 51.6% 줄었다.
세탁기 부품만 대미 수출시장에서 선전했다. 세이프가드 적용에도 920만달러(약 103억원)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보다 51% 증가했다. 세탁기 품목 실적이 전반적으로 침체된 상황에서 나홀로 고공행진이다.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대적으로 작지만 급격한 상승세가 눈에 띈다.
이는 삼성전자가 올해 초부터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공장 가동을 시작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가 미국 현지 공장을 가동하면서 완제품에 들어가는 일부 부품을 국내에서 조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병기 국제무역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연간 100만대 규모 세탁기를 생산할 수 있는 현지 공장이 가동되면서 세탁기 부품 수출이 늘어났다”며 “수출 금액 자체는 적지만 이 같은 상승세는 의미 있는 수치”라고 설명했다.
LG전자가 미국 테네시주에 마련 중인 세탁기 공장이 가동되면 국내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세탁기 부품 물량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 때문에 부품을 국내에서 조달하고 미국 현지에서 완제품을 생산하는 양상도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는 미국 행정부 기조와 세이프가드로 인한 단가 인상 압박이 국내 가전업계 수출 양상을 바꿔버린 셈이다. 다만, 현재 세탁기 부품 수출은 증가세지만 언제까지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문 수석연구원은 “현지 공장 가동이 본격화하면서 단기간에 부품 수출 물량이 늘어날 수 있으나 부품 조달 현지화로 향후 수출 증가세가 둔화될 가능성은 상존한다”며 “해외 정부 정책적 판단이 우리나라 기업의 전략적 선택과 수출 양상에 영향을 미친 사례”라고 분석했다.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