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 전쟁과 금리 인상에 따른 신흥국 위기가 올 하반기 지구촌 경기의 발목을 잡을 최대 악재로 부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초부터 중국을 상대로 대미 무역 적자를 줄일 것을 압박해오다 지난 6일 34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25% 관세를 물리기 시작했다.
이어 11일에는 10%의 추가 관세를 물릴 2천억달러 규모의 중국 수입품 목록을 발표했다.
미국은 중국뿐 아니라 유럽연합(EU), 캐나다, 멕시코 등의 제품에 대해서도 관세 공격을 개시했다.
예고된 관세 폭탄도 줄줄이 대기 중이다. 미국은 중국을 상대로 예고했던 500억달러 수입품 중 340억 달러를 제외한 나머지 160억 달러 규모 284개 품목에 대한 관세를 이번 주중 발효할 전망이다.
미 정부는 또한 수입 자동차에도 고율 관세 부과를 검토 중이다. 이런 무역 전쟁은 상대국의 보복 관세, 비관세 장벽 동원으로 이어지면서 세계 교역량 감소, 제조 원가 상승, 소비자 가격 인상 등의 피해를 몰고 올 것으로 전망된다.
신용평가회사 피치는 미국의 관세 부과, 상대국의 보복 관세 등을 모두 감안할 경우 세계 무역량이 약 2조 달러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씨티그룹은 미중 무역갈등이 전면전으로 확대되면 불확실성이 커지고 기업 투자와 소비 지출을 위축시켜 전 세계의 국내총생산(GDP)이 1∼1.5%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2분기에 불거진 신흥국 통화 위기도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다. 미국 금리 인상과 달러 강세의 여파로 4월부터 아르헨티나 등 신흥국의 통화 가치가 폭락하면서 외국인 투자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JP모건 신흥시장통화지수(EMCI)는 지난 13일 현재 64.72까지 내려 연초보다 7.6% 떨어졌다. 지난해 상반기 4.4%, 하반기 1.3% 각각 오르며 상승 곡선을 이어가다 올해 들어 내리막으로 돌아선 것이다.
블룸버그 조사에 따르면 주요 투자은행(IB)·자산운용사들은 올해 하반기에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과 트럼프 정부의 관세 위협 속에 신흥국 주식·통화 매도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조사 대상 20곳 가운데 신흥국 통화에 대해 12곳은 매도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봤으며 7곳은 바닥을 쳤다고 답했다. 신흥국 증시에 대해서도 12곳이 매도세 지속을 점쳤다.
구리키 히데아키 스미토모 미쓰이 투자자산운용 수석 펀드매니저는 "달러 강세 환경이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투자자들이 신흥시장에 대한 전망에서 우려를 거두지 못했다"고 말했다.
국제유가도 '트럼프 변수'로 인해 출렁거리고 있다. 브렌트유는 지난해 하반기 배럴당 60달러를 넘어선 뒤 올해 5월엔 80달러를 넘어서며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제재로 국제유가에 상승 압박이 고조되고 있다.
원자재 투자 회사인 어게인캐피털의 존 킬더프는 이란산 원유가 실제로 봉쇄된다면 브렌트유 가격이 4분기에는 110∼115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점쳤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의 프란시스코 블란슈는 "미 국무부의 메시지 중 일부라도 통한다면 유가는 20∼25% 오를 가능성이 있다"면서 "국무부가 이란산 원유를 전면 봉쇄한다면 가격 폭등을 겪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