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심복인 왕치산(王岐山) 국가부주석이 미국 측 인사와 잇따라 회동해 미·중 무역전쟁의 소방수로 나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1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왕 부주석은 지난 12일 베이징 관청가 중난하이(中南海)의 외빈 접견 장소인 쯔광거에서 미국의 전기차 제조업체인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와 회동했다.
머스크는 트위터를 통해 이 같은 소식을 전하면서 "왕 부주석과 만나 역사와 철학 등에 대해 깊은 얘기를 나눴다"며 "그는 먼 미래에 대해 매우 사려 깊은 생각을 지니고 있었다"고 전했다.
앞서 왕 부주석은 미국이 2000억 달러 규모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부과 계획을 발표한 직후인 지난 11일 람 이매뉴얼 시카고 시장을 만나 미·중 무역전쟁 해결 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왕 부주석은 중국의 외교·경제 현안을 해결하는 핵심 인사로 일명 '소방대장'으로 통한다.
미국 측 인사와의 잇따른 회동은 최고조로 치닫는 미·중 무역전쟁에 그가 전면적으로 개입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게 한다.
중국 지도부는 최근 미국 기업인들과 연쇄 접촉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무역전쟁에 맞설 우군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시 주석은 지난달 말 UPS, 화이자, 카길, 골드만삭스 등 미국 기업 CEO들을 만나 중국의 시장 개방을 확대하고, 외국 기업이 중국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할 수 있는 우호적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약속했다.
왕 부주석이 머스크를 만난 것도 테슬라의 대규모 투자를 부각해 중국의 시장 개방 의지를 외국에 각인시키려는 의도로 읽힌다.
테슬라는 연간 50만대 생산규모를 갖춘 공장을 중국 상하이에 짓기로 했다. 이는 테슬라가 외국에 짓는 공장으로는 가장 큰 규모이다.
이번 투자에서 테슬라는 중국에 투자한 외국 자동차 기업으로서는 최초로 100% 지분 보유를 중국 정부에서 약속받았다.
웨이젠궈(魏建國) 전 중국 상무부 부부장(차관급)은 "중국 지도부가 최근 미국 기업인들을 잇달아 만나는 것은 미국의 무역전쟁에 맞서 중국의 개방적인 기업 환경을 외국에 부각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한 소식통은 "왕 부주석은 앞으로도 무역전쟁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쏟을 것"이라며 "그의 경험과 능력, 인맥을 활용해 문제 해결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