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자동차가 아반떼·K3 기반 '마일드 하이브리드차(MHEV)'를 내놓는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차세대 친환경차로 주목하고 있는 마일드 하이브리드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구동 모터와 회생 모터를 하나로 결합, 기존 하이브리드차(HEV)보다 부품을 줄이면서 전압을 높여 구동 효율성이 크게 높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가 준중형 차급 마일드 하이브리드차 개발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연내 시스템 개발과 최종 품질 테스트를 거쳐 내년부터 본격적인 양산에 나설 계획이다.
마일드 하이브리드차는 고출력이 요구되는 주요 전장부품에 기존 12V보다 4배 높은 48V 전압을 사용한다. 이를 통해 차량 내 전선 굵기와 부피 감소는 물론 전기 동력 효율을 개선할 수 있다. 단순한 부품 추가로 연비를 최대 20%까지 높이고 가속력 향상, 배출가스 감소 효과 등을 기대할 수 있다.
현대·기아차가 선보일 마일드 하이브리드차는 현대모비스가 독자 개발한 컨버터 통합형 48V 배터리 시스템을 탑재한다. 이 시스템은 기존 컨버터와 배터리 시스템 2개 부품으로 각각 분리 적용했던 것을 하나로 통합했다. 전장부품 경량화·소형화 추세에 맞춰 무게와 부피를 줄여 원가를 절감하면서 냉각 효율도 높였다.
현대모비스는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에 대해 유럽 배터리 안전성 규격인 'ECE R100'을 만족하도록 성능 검증을 진행 중이다.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 전용 구동 부품인 인버터 통합형 시동발전기와 전동식 조향장치(MDPS), 전동식 회생제동장치(iMEB) 기술도 확보했다.
현대·기아차는 앞으로 출시할 다양한 신차에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 탑재를 확대, 친환경차 시장 주도권을 가져가겠단 전략이다. 가장 먼저 양산을 앞둔 마일드 하이브리드차는 올 하반기 출시 예정인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투싼과 스포티지 부분변경 모델이다.
업계는 2025년 글로벌 자동차 판매 10% 이상을 마일드 하이브리드차가 점유할 정도로, 성장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등 디젤차가 주력이던 유럽차를 중심으로 글로벌 주요 자동차 업체와 전장부품 업체들도 앞다퉈 관련 시스템 개발과 양산에 속도를 내고 있다.
벤츠는 신형 S클래스, 아우디는 신형 A8에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 탑재를 시작했다. 폭스바겐은 최근 선보인 소형 SUV 티록에 이어 신형 골프까지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 도입을 확대할 계획이다.
전장부품 업계 관계자는 “마일드 하이브리드차는 기존 스트롱 하이브리드차와 달리 비교적 간단한 부품 추가로 연료 효율을 높일 수 있다”면서 “완성차는 물론 부품 업계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치연 자동차 전문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