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곽 드러난 '공정거래법 전면개편'…검찰·대기업·국회는 '넘어야 할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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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38년 만에 추진하는 '공정거래법 전면개편'의 윤곽이 드러났다.

전속고발제는 보완·유지하거나 일부만 폐지하고, 리니언시(자진신고자 감면제)는 자료를 검찰과 공유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대기업집단 지정기준은 국내총생산(GDP)에 연동해 결정한다.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 대상 지분율은 상장·비상장사 모두 20%로 일원화 해 감시를 강화한다.

8일 정부에 따르면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특별위원회가 도출한 개편안에 대해 추가 의견 수렴, 특위 전체회의 등을 거쳐 입장을 최종 결정하고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하반기 정기국회에 제출한다.

특위가 도출한 개편안은 △경쟁법제 △기업집단법제 △절차법제로 구성됐다.

경쟁법제 핵심 과제는 전속고발제, 리니언시 개편 등이 꼽힌다. 전속고발제는 공정거래법 등 6개 법률 위반 행위에 대해 공정위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 기소가 가능하도록 한 제도다. 공정위가 고발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오며 폐지 요구 목소리가 나왔다.

특위는 전면 폐지보다 보완·유지가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실제로는 '일부 폐지'로 결론 날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특위에서도 '일부 폐지'와 '보완·유지' 의견이 비슷하게 나왔고, 공정위가 이미 유통3법(가맹·유통·대리점법)에선 폐지 입장을 밝혔다”며 “문재인 대통령 공약도 '전속고발제 폐지'라 공정위가 보완·유지 방안을 견지하기는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집단법제에선 대기업 불공정행위 차단을 위한 규제 강화 방안이 여럿 도출됐다.

최대 관심사였던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와 관련해서는 '적용대상 확대'로 가닥을 잡았다. 지금은 총수일가 지분이 상장사는 30%, 비상장사는 20% 이상인 기업만 사익편취 규제 대상이다. 특위는 상장사 지분율도 20%로 일원화하는 방안을 내놨다.

이 밖에 대기업 공익법인 의결권 행사를 금융·보험사와 동일한 방식으로 제한하고, 대기업 지주사의 자·손자회사에 대한 의무 지분율을 높이는 방안을 도출했다. 대기업집단 지정기준은 경제규모를 자동 반영하기 위해 'GDP의 0.5%'로 연동하는 방안을 내놨다.

공정위는 특위가 내놓은 개편안을 바탕으로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그러나 실제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까지는 걸림돌이 많다는 분석이다.

리니언시를 둘러싼 검찰과 갈등, 대기업 규제 강화에 따른 반발, 국회 무관심 등 개정안 시행까지 해결 과제가 남아있다.

전속고발제·리니언시를 둘러싼 검찰과 갈등이 가장 큰 문제다. 검찰은 전속고발제 전면 폐지와 리니언시 권한의 양 기관(공정위·검찰) 공유를 주장한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득보다 실이 크다'는 입장이다. 특히 리니언시 권한 공유는 자진신고 자체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대기업 반발도 예상된다. 특위가 도출한 방안은 대기업 사익편취·공익법인·지주회사에 대한 규제 강화가 핵심이기 때문이다. 대기업은 경영활동 위축 등을 이유로 개정에 반대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 무관심도 우려된다. 공정위가 의욕적으로 공정거래법 전면개편을 추진 중이지만 일부 의원을 제외하면 국회 관심은 부족한 상황이다. 개정안을 발의해도 국회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논의할 지 알 수 없어 처리 장기화 우려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가 내놓을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워낙 쟁점이 많아 합의 도출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며 “국회 관심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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