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끝내 대중(對中) 무역전쟁에 돌입한다.
세계 경제 1·2위, 이른바 '주요 2개국'(G2)의 정면충돌이 현실화한 것으로, 자유무역주의에 기반을 두는 교역질서가 무너지고 글로벌 경제가 '승자 없는 치킨게임'으로 접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먼저 공격에 나서는 건 미국이다. 중국산 수입품 500억 달러(약 56조 원) 가운데 340억 달러(약 38조 원) 규모의 818개 품목에 대해 25% 관세가 부과된다. 관세는 미국 동부시간으로 6일 0시 1분을 기해 자동으로 발효된다. 중국 베이징 시간으로는 낮 12시 1분이다.
나머지 160억 달러어치, 284개 품목에 대해서도 2주 이내에 관세가 매겨질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몬테나 주에서 연설하기 위해 이동한 전용기 '에어포스 원' 안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런 방침을 최종적으로 확인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부과 행정명령'에 따라 무역대표부(USTR)도 이런 일정표를 확정했다.
이렇게 되면 중국산 제품이 가격이 급등하면서 사실상 대미(對美) 수출길이 막히게 된다. 지난해 미국의 대중 상품수지 적자 3750억 달러 가운데 약 15%에 해당하는 규모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보복관세에는 무려 5000억 달러어치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추가 관세를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것은 오직 중국에 대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도 반격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베이징이 워싱턴DC보다 12시간 빠른 시차를 감안해 앞서 6일로 예고했던 타이밍을 다소 늦췄을 뿐, 동일한 규모와 강도로 반격하겠다는 기조 자체는 바뀌지 않았다.
가오펑(高峰)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5일 정례브리핑에서 "중국은 절대로 먼저 총을 쏘지 않을 것이지만 미국이 관세조치를 시행하면 어쩔 수 없이 반격할 것"이라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선제공격하는 모양새를 연출하지는 않더라도,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공격에 물러설 의향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중국은 미국산 수입제품 500억 달러 가운데 340억 달러 규모의 545개 품목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농산품, 자동차, 수산물 등을 아우른다.
나머지 화학 공업품, 의료 설비, 에너지 등 160억 달러어치, 114개 품목 역시 미국의 후속 움직임에 따라 보복관세가 매겨질 예정이다.
외견상으로는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 기조와 맞물린 관세 갈등이지만, 그 본질은 글로벌 경제 패권을 둘러싼 주요 2개국(G2)의 맞대결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세계 경제의 주도권을 놓고 팽팽한 힘겨루기를 해온 미국과 중국이 언젠가는 한판 대결을 벌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예고된 수순이기는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로서는 시진핑(習近平) 체제 들어 점차 두드러지는 중국의 굴기(堀起)를 더는 묵과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도 구조적으로 파생되는 무역적자를 '전쟁의 명분'으로 내세웠을 뿐, 실제로는 중국의 기술패권 야심을 주저앉히겠다는 속내를 굳이 감추지 않고 있다.
중국 당국 차원에서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첨단 기술제품들을 정조준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맞서 중국은 미국 정치시스템의 틈새를 '방패막이'로 삼았다.
중국의 보복관세는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일명 '팜 벨트'(중서부 농업지대)와 '러스트 벨트'(북동부의 쇠락한 공업지대)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대두(콩)뿐만 아니라 밀, 옥수수, 돼지까지 미국 농축산업 전반을 상대로 보복관세를 부과해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기반을 흔들겠다는 입장이다.
세계 경제 1, 2위 국가인 미국과 중국의 충돌은 글로벌 경제에 전방위적인 파문을 몰고 올 공산이 크다. '소비대국' 미국과 '생산공장' 중국을 양대 축으로 복잡하게 얽힌 글로벌 경제 시스템이 흔들리면서 세계 각국의 경제에 일대 혼란이 불가피하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