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1년6개월 사이 암호화폐 800종 몰락…사기·횡령·개발자 이탈 원인

암호화폐 투자 열풍이 지나간 뒤에 '사망선고'를 받은 코인이 800종을 넘어섰다. 암호화폐공개(ICO) 이후 사기, 횡령, 개발자 이탈 등이 발생하며 프로젝트가 실패한 경우다.

미국 경제 매체 CNBC는 2일(현지시간) ICO 추적 사이트 '데드코인'을 인용해 지난 1년 6개월 동안 암호화폐 프로젝트가 우후죽순으로 시작됐고, 그 가운데 800종 이상이 사망했거나 쓸모없는 코인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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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O는 암호화폐 관련 회사가 그들의 투자자를 대상으로 회사 지분이 아닌 회사 제품에 사용될 수 있는 디지털토큰을 발행, 판매하는 것이다. 투자자는 미래 수익을 기대하고 ICO에 뛰어든다.

지난해 말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가격 폭등 이후 올해 상반기는 ICO 호황기였다. ICO 추적 사이트 코인스케줄에 따르면 올해 들어 ICO로 모여진 금액은 119억달러(약 13조3500억원)였다. 지난 한 해 ICO를 통해 모금된 금액 38억달러(4조2600억원)의 세 배에 이르렀다.

이 가운데 800종이 넘는 암호화폐 프로젝트가 사실상 '사망' 상태로 간주됐다. 이 코인은 가치가 없거나 1센트(약 11원) 이하로 거래됐다.

CNBC는 ICO 시장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위험한 투자이며, 사기가 빈번하다고 지적했다.

올해 초 '기자(Giza)'라는 가짜 ICO 프로젝트가 투자자로부터 200만달러(22억원)를 가로챈 사기 사건을 상기시켰다. 이 회사는 암호화폐를 안전하게 보관하는 장치를 개발한다고 주장하면서 돈을 모았다.

블룸버그통신도 투자자이자 비즈니스 전문 기고가 애런 브라운의 말을 빌려 “ICO 시장에 사기와 과대광고가 성행하고 있다”면서 “ICO 80%는 사기이고, 10%는 실체가 없거나 자금 부족으로 망했으며, 나머지 10%도 대부분 사라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ICO 자문사인 사티스그룹 3월 분석 자료에 따르면 5000만달러에서 1억달러를 모금하겠다고 나선 ICO 가운데 성공하거나 유망한 것은 4%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경험 있는 개발팀이 없거나 실체 없이 모금에 나선 것으로 분석했다.

이처럼 많은 ICO가 사기와 거래 부족, 개발자 이탈로 가치가 사라진 '데드토큰' 또는 '데드코인'이 되면서 대표 암호화폐 비트코인 시세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암호화폐 거래 사이트 코인데스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사상 최고치인 2만달러 기록 이후 70%나 하락했으며, 한때 5000달러 선까지 주저앉기도 했다. 3일 현재 간신히 회복해 6000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그 사이 한국에서만 두 건의 암호화폐거래소 해킹 사고가 벌어지면서 약세장을 더욱 부추긴 것으로 분석됐다.

CNBC는 이러한 ICO 몰락이 마치 2000년대 초반 '닷컴버블' 붕괴를 떠올리게 한다고 평가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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