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은 더 이상 현금을 들고다니지 않는다. QR코드 기반의 간편결제가 빠른 속도로 보급되면서다. 신용카드 보급률 역시 현저하게 낮다보니 카드나 지폐를 보관하는 지갑 자체가 점차 자취를 감추는 모양새다. 노점상은 물론이고 거지조차도 QR로 적선을 받는다.
중국 컨설팅업체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시장 내 지불방식에서 모바일 결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78.5%에 달한다. 대부분 QR코드 결제다. 신용카드나 현금을 이용한 일반 결제는 21.5%에 불과하다.
중국에서 QR코드 결제가 빠르게 안착된 주요인으로 낮은 신용카드 보급률과 결제단말 인프라 부족이 꼽힌다. 반면 QR 결제는 판매자나 소비자 모두 스마트폰 외에는 별다른 도입 비용이 없어 진입장벽이 낮다. 스마트폰 보급과 맞물려 신용카드 단계를 건너뛰고 바로 모바일 결제로 넘어갔다는 분석이다. QR 결제 편의성과 위조지폐에 대한 불안감도 한몫 톡톡히 했다.
무엇보다 대형 IT 기업 참전이 가장 주효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알리바바와 가입자 수 9억명에 달하는 모바일 메신저 위챗(웨이신)을 운영하는 텐센트가 치열하게 경쟁하며 시장 저변을 급격히 확대했다. 현재 중국 QR 간편결제 시장은 알리페이(즈푸바오)와 위챗페이(웨이신즈푸) 양강 구조가 확고하다.
두 회사는 초창기 중국 설인 춘절에 수천억원 어치 '홍바오(세뱃돈)'를 간편결제로 뿌리는 이벤트를 개최해 사용자를 확보했다. 매년 춘절이면 반복되는 일명 '홍바오 대전'이다. 온 가족이 모여서 시청하는 설 특집 프로그램을 통해 이벤트가 진행되면서 자연스럽게 QR 결제 사용법이 확산됐다는 후문이다. 올해도 알리바바그룹은 국영방송 CCTV의 설 특집 프로그램 '춘완(春晩)'과 제휴해 6억위안(약 1017억원)에 달하는 홍바오를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알리페이는 2004년 알리바바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지불 담당 부서에서 시작했다. 현재는 금융 전문 자회사 앤트파이낸셜이 운영한다. 전자상거래에 이어 오프라인 매장까지 QR코드로 결제를 지원하면서 시장을 빠르게 장악했다.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국가의 현지 기업과 파트너십을 체결해 해외 가맹점도 늘렸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해외 여행을 떠나더라도 환전이 필요없어 큰 호응을 얻었다.
위챗페이는 수억명에 달하는 모바일 메신저 이용자를 바탕으로 점유율을 높였다. 사용자 간 손쉬운 송금으로 인기를 끌었다. 이어 중국 O2O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함에 따라 공유 자전거, 배달 서비스, 티켓 구매 등에 QR코드 결제를 접목해 높은 편의성을 제공했다. 오프라인 상점에 채택률을 높이기 위해 보조금을 지불하는 정책도 펼쳤다.
최근 중국 QR 결제 서비스는 단순 간편결제를 넘어 소상공인을 위한 경영관리, 고객관리 서비스까지 함께 제공하는 추세다. 매출 기록 분석이나 단골 고객에 대한 피드백 등이 스마트폰으로 손쉽게 이뤄진다. 결제 건당 수수료는 최소화하는 대신 이 같은 부가 서비스로 수익을 창출한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