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 인력난을 겪는 중소기업계는 상당 수 기업이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주 52시간 근무 시행에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중소기업이지만 300인 이상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장은 대체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다. 그나마 정부의 6개월 유예기간 적용에 한숨 돌린 상황이지만 이후가 문제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중소기업 500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근로시간 단축 관련 중소기업 의견조사'에 따르면 근로시간 단축 시행 시 평균 6.1명 인력 부족이 예상된다. 이로 인한 가동률 저하와 생산차질, 납기준수 곤란을 우려하지만 대책 마련이 쉽지 않다.
조사 응답자 25.3%는 근로시간 단축분만큼 신규 인력 충원을 고려한다고 답했으나 20.9%는 별다른 대책 없이 생산량 축소를 감수한다는 입장이다.
업계는 근로시간 단축에 의한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신규채용 또는 기존 근로자 임금감소분 인건비 지원이나 인력 부족이 심각한 업종에 대한 특별공급대책 마련, 설비투자 확대 자금 지원 등을 정부에 바란다.
특히 탄력근무시간제 단위기간 확대에 대한 기대가 크다. 기존 인력난에 추가 비용 부담까지 지는 중소기업 현실을 고려하면 현행 2주, 3개월 단위 탄력적 근로시간제로는 대처가 힘들다는 지적이다. 일감이 늘어나는 성수기와 줄어드는 비수기에 맞춰 적절히 대응하려면 단위 기간이 12개월 정도는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벤처기업계도 근로시간 단축에 부담을 느끼긴 마찬가지다. 초기 공격적인 사업 확장으로 시장 안착을 노리는 만큼 주 52시간 근무로는 기한 내 프로젝트 완수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벤처 성장과 혁신을 저해하는 또 다른 규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벤처기업 역시 탄력근로제를 적극 활용하는 방향으로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아울러 ICT 업종에 특별 연장근로를 인가받아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정부 방침에도 일부 희망을 갖는 모습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이 같은 중소·벤처업계 입장을 반영해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시간 확대 등을 정부에 적극 건의한다는 입장이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최근 제주도 중소기업리더스포럼에서 “일감이 일정치 않은 중소기업은 근로 시간을 탄력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면서 “업계 현실과 애로사항을 정부에 지속 건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