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AI의 진화…이젠 인간과 토론하는 컴퓨터도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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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시내의 IBM 사옥에서는 이색적인 대결이 펼쳐졌다. 높이 150㎝가량의 검은색 직사각형 컴퓨터와 인간 2명이 논쟁적 주제를 갖고 토론 대결을 벌인 것이다. 인간 토론자 가운데 한 명은 2016년 이스라엘 국가 토론대회 챔피언을 차지한 노아 오바디아였다.

노아는 우주 탐사에 대한 정부 지원을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그 돈을 더 가치있는 일에 써야 한다는 논지였다. IBM 토론 로봇은 “내 반대자가 말한 또 다른 요지는 우주 탐사에 돈을 쓰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들이 있다는 것”이라고 요약한 뒤, “더 중요한 일에 돈을 써야 한다고 말하기는 매우 쉽다. 그러나 나는 이를 반박한다. 누구도 이것(우주 탐사)이 우리 경비 목록의 유일한 항목이라고 주장한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토론 로봇은 “우주 탐사를 통해 우리 아이들에게 과학, 기술, 수학 분야의 교육과 경력을 고무시키는 일은 좋은 도로를 만들고 학교를 개선하고 더 좋은 건강보험 제도를 만드는 것보다 더 중요할 수도 있다”고도 했다.

원격진료의 사용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을 할 때는 “내게는 피가 없어서 이 피 끓는 상황을 표현할 길이 없다”고 탄식도 했다. 지금의 AI 기술은 인간을 넘어설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 많은 전문가 견해다.

IBM 토론 컴퓨터는 100개 논쟁 주제로 한정됐으며 상호 작용은 엄격하게 제한됐다. 상대방 반박을 요약하고 자신 의견을 몇 마디로 간략히 정리하는 수준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이 토론은 분명 링컨 대 더글러스 토론은 아니었다”고 평했다. 무명 정치인 링컨을 일약 대통령 후보로 만들었던 노예제를 둘러싼 치열한 토론을 아직 초보 단계인 AI 컴퓨터와 비교한 것은 너무 지나치지만, 아직 AI 기술의 한계가 분명함을 강조한 것이다.

IBM 역시 “토론 로봇은 신제품이나 사업을 위한 것은 아니다:고 상용화에 선을 그었다.

그러나 이 토론 로봇은 인간과 자연스럽게 대화하고 반응하는 '자연어 이해' 노력이 한층 진화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임은 분명하다. 연구가 계속 발전하면 컴퓨터가 정보를 소화하고 처리하는 새로운 방식을 제공하게 되고, 인간의 언어를 완전히 이해하는 기계를 만드는 것도 언젠가는 가능해질 것이다.

자연어 이해는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작업이다. IBM의 토론 컴퓨터의 경우에도 한 시스템에서는 논쟁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식별해내고, 또 다른 시스템에서는 논증을 위한 텍스트를 생산하는 등 다양한 시스템들이 필요하다.

현재 실리콘밸리에서는 이런 시스템을 통합하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의 AI 연구소인 '오픈AI'와 세일즈포스 등이 자연어 이해를 광범위하고 통합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 개발을 진행 중이라고 NYT는 전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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