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미국 기준금리 추가 인상에도 당분간 금리동결 기조를 이어갈 전망이다. 미국 금리 인상이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판단한 결과다. 시장에서도 한·미 금리역전이 내년 말까지 이어지겠지만 환 프리미엄으로 외국인 자금유출은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4일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 장기 금리 상승 폭이 크지 않았고 달러화가 초반 강세였지만 미국 시장에 준 영향은 제한적으로 나타났다”면서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이지 않겠느냐고 조심스럽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미 금리역전 심화가 자본유출에 미칠 여파가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재차 언급했다. 그는 “한 두번 금리 인상으로 자본유출이 촉발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영향을 주는 다른 요소가 워낙 많으며 특히 최근 취약 신흥국의 금융 불안이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금리 인상 이유로 제기되는 '한·미 금리차 확대' 여파가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도 금리 차 확대가 외국인 자금 이탈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구혜영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6월 FOMC 회의에서 미국은 올해 금리인상 4회를 시사한 반면, 한국은행은 하반기 한 번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로 인해 금리역전이 내년 말까지는 이어지겠지만 주식·채권 시장에서는 환 프리미엄으로 외국인 자금이 양호한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물가 상승 수요가 크지 않으며 물가상승률과 성장률, 고용 지표 등도 개선되지 않았다. 실제로 물가상승률은 한은이 목표로 제시한 2%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고용 부진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이 상승하는 현상도 나타났다.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던 고용과 인플레이션이 최저임금 인상으로 분화된 것이다.
15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도 국내 기준금리 상승을 막고 있다. 가계대출 중 70%가 변동금리 대출인 만큼, 금리 인상 직격탄을 피할 수 없다. 지난달 주택담보대출뿐 아니라 기타대출 증가폭 모두 전월보다 확대됐다.
이로써 '7월 금리인상'보다는 '10월 금리인상'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한은이 하반기 성장률 및 물가상승률, 고용지표가 상반기보다 개선됐는지를 가늠한 후 금리 인상에 시동을 걸 것이기 때문이다.
권구훈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는 “실물 경제지표에 집중하는 한은의 최근 입장을 고려해 다음 금리 인상은 올해 4분기로 보고 있다”고 관측했다.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