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정상회담]CVID·비핵화 시간표 빠진 공동성명…트럼프 "비가역적 비핵화 시점 곧 도래"

65년 만에 마주한 북미 정상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담은 포괄적 합의문에 서명했다. 북한 핵 문제가 불거진 뒤 25년 넘게 합의와 파기를 반복했던 두 나라가 6·12 북미정상회담을 계기로 새로운 출발점에 올라섰다. 하지만 회담 성패를 좌우할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명시하진 못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공동성명에 담기지 못한 비핵화 논의 내용을 추가적으로 소개했다. 회담 성과에 대한 비판적 기류를 만회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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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12일 오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마친 후 기자회견에서 공동성명에 CVID가 들어가지 않았지만 검증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많은 인력을 투입해 북한의 비핵화를 검증해 나갈 것”이라며 “이번 협상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고 환상적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는 “김정은 위원장이 북한 미사일 엔진 실험장 폐쇄를 약속했다”고 밝혔다. 이는 공동성명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서명 이후 양측에서 합의한 내용이라고 소개했다.

그간 미국 측은 비핵화 원칙으로 'CVID'를 강력하게 요구했다. 회담 전날까지도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CVID' 가운데서도 두 번째 글자인 'V(Verify)'가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즉 검증이 이뤄질 수 있는 것이 핵심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검증'도 회담에서 충분히 다뤄졌음을 설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공동성명에서 CVID도 볼 수 없었지만 비핵화 시간표도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았다. AFP통신 등 외신은 이에 대해 “북한이 모호한 약속을 되풀이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북한의 핵 보유량은 상당량으로 추정되며 실제 비핵화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그 단계가 20% 정도 진전되면 불가역적(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에 돌입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비핵화 시간표는 짧게 짜여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여러 차례 언급에도 기자들은 비핵화와 관련한 북한 측의 이행 가능성에 의구심을 표했다. '북한의 비핵화 이행을 어떻게 신뢰할 수 있느냐'에 대한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를 하기를 원하고, 나보다 더 원한다”면서 “어떤 것도 완벽하게 확신할 수 없지만 평생을 협상가로 살아온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를 위한 진정성을 읽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북한의 비핵화 확신은 후속 회담이 잘 진행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비핵화를 기술적으로 최대한 빨리 하라고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는 “과학적으로 40년 정도의 일정 기간을 기다려야 한다”며 “비핵화는 상당히 시간이 걸리지만 단계적으로 불가역적인 시점이 있는데, 그 1단계가 곧 도래할 것”이라고 했다.

비핵화 비용은 한국과 일본의 몫으로 넘겼다. 문 대통령은 “한국과 일본이 비핵화 비용을 지원을 해 줄 것이라고 본다”며 “많은 관대한 지원이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공동성명 서명식은 5분간 진행됐다. 서명을 마친 양국 정상은 다시 한 번 손을 맞잡았다. 두 정상이 합의안에 서명 직후에는 수행원들로부터 박수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서명식에서 “우리는 역사적인 이 만남에서 지난 과거를 덮고 새 출발을 알리는 역사적 문건에 서명한다”면서 “세상은 이제 중대한 변화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합의문은 '기대 이상'의 수준은 아니었다. 구체적인 이행 로드맵이 공개되지 않아 여전히 넘어야할 산이 많다.

공동성명 자체로서 가지는 의미는 있다. 북미가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며 90여일간 '밀당' 끝에 나온 결과문이다. 완전한 비핵화로 가기 위한 여정의 '첫 단추'로서 의미가 크다. 앞서 4·27 남북정상회담에서 채택된 '판문점 선언'이 북미 간 비핵화 담판의 길을 텄다면, 이번 북미정상회담을 통해선 비핵화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상호 공유했다. 북미는 한반도와 동북아 안보의 중대 걸림돌인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협상 프로세스를 본격적으로 재가동할 수 있는 동력을 확보했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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