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121>트렌드 다루기

배크로님(backronym). 이미 있던 단어에 맞춰 나중에 만들어진 약어를 말한다. 유명 브랜드 가운데에도 실상 후대에 지어진 배크로님이 많다. 그 가운데 하나가 아디다스(Adidas)다. '올 데이 아이 드림 어바웃 스포츠(All Day I Dream About Sports)'의 첫 글자들을 딴 것으로 알려진 이 브랜드는 사실 이름이다. 아디(Adi)라는 애칭으로 불린 창업주 아돌프 다슬러에서 왔다. 아디다스는 실상 '다슬러네 아디의 가게'란 뜻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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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디지털이 기술 혁신의 대세다. '디지털 과소비'라 불릴 정도다. 엘리 오펙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와 뤼크 와티외 조지타운대 교수는 궁금해졌다. 기업은 이런 트렌드에 어떻게 반응하고 있을까. 성공 기업이 얻는 것은 무엇일까.

오펙과 와티외는 가장 유명한 사례부터 살펴보기로 한다. 바로 FIFA 월드컵이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는 두 종류의 공식 스폰서가 있었다. 첫째는 FIFA 파트너, 둘째는 월드컵 스폰서로 각각 불렸다. 두 교수는 파트너 명단 속에서 아디다스에 눈이 멈춘다.

당시 축구용품 시장은 아디다스와 나이키로 양분됐다. 나이키에는 문제가 있었다. 스포츠 용품사에 돌아갈 공식 스폰서 자리가 하나뿐이었다. 게다가 아디다스는 이 자리를 양보할 생각이 없었다. 1970년 이후 FIFA 공인구도 아디다스 것이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 나이키는 디지털이란 새 트렌드에 걸어 보기로 한다. 우선 페이스북에 3분짜리 캠페인 광고를 올렸다. 공이 날아오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이 광고에는 축구광이 아니어도 알 만한 스타플레이어로 꽉 차 있었다. 단 한 번의 플레이로 미래가 정해진다는 이 광고의 마지막 컷은 '미래를 쓰라'는 문구와 나이키 로고로 끝냈다.

광고는 편집할 수 있었고, 팬 투표로 뽑힌 슬로건은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나이키 건물 전광판을 통해 쐈다. 효과는 대성공이었다. 공개된 지 5주 만에 2000만명이 봤다. 한 달 후 닐슨 브랜드 조사에서 아디다스를 30.0대 14.4로 따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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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나이키는 2006년 월드컵 때 '조가닷컴'이라는 소셜 네트워크를 선보였다. '아트 축구'란 뜻의 포르투갈어 '조가 보니투(joga bonito)'에서 따온 이 사이트에는 꽤 많은 팬이 모였다. 그러나 정작 효과는 별로 없었다.

무슨 차이가 있었을까. 두 교수는 트렌드는 알아챘지만 그 속에 숨은 소비자의 기대, 사고방식, 행태를 이해하지 못한 탓이라 한다. 월드컵에 맞춰 멋진 새 축구화를 공개하면 만족하던 시절은 지났다. 이제 소비자들은 온라인 고객인증번호로 명장과 선수의 훈련 과정 및 조언을 듣길 원하고, 스마트폰으로 즐길 수 있는 더 나은 체험을 바란다.

아디다스 심벌은 너무도 유명한 삼선이다. 원래 이것은 핀란드 스포츠 브랜드 카르후 것이다. 신발 옆면을 흐르는 세 개의 흰색 가죽 보강재는 스파이크 러닝화를 균형 있게 잡아 주는 기능을 했다. 등록상표라는 용어조차 제대로 없던 시절에 아디 다슬러는 이 심벌의 가치에 눈을 뜨고 있었다. 그는 프랑크푸르트로 카르후 경영진을 초대한다. 세간의 전설은 지금 돈 200만원(약 1600유로)과 만찬에 들어간 두 병의 위스키로 이 심벌을 양도 받는다.

트렌드란 것도 마찬가지다. 당신이 트렌드 속에 숨은 소비자 욕구를 알아챈다면 그 가치는 당신 것이 된다. 마치 아디 다슬러가 찾아낸 삼선이 지금 세상에서 가장 가치 있는 브랜드 심벌로 군림하고 있는 것처럼.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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