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스마트폰 제조사가 '세계 최초' 타이틀을 차지하기 시작했다. 양적 확대만을 도모했던 과거 행보와는 다른 행보다. 비교 우위를 선점, 미래에도 성장을 지속하기 위한 포석이다.
화웨이는 'MWC 2018'에서 '발롱 5G01'이라는 5세대(5G) 이동통신용 칩셋을 공개하며 “3GPP의 5G 규격에 맞는 세계 최초 상용화 칩셋”이라고 소개했다. 하반기에는 사상 처음으로 5G 칩셋을 탑재한 스마트폰을 정식 출시할 수 있다는 계획도 구체화했다. 당장 상용화 가능한 수준이라고 자신했다.
화웨이가 3월 말 공개한 P20 프로 스마트폰은 세계에서 처음으로 트리플카메라를 내장, 세계인 이목을 집중시켰다. 4000만 화소 렌즈가 스마트폰 카메라에 장착된 건 처음이다.
비보는 3월 디스플레이 지문인식 센서가 탑재된 'X21UD' 스마트폰을 글로벌 시장에 출시했다. 디스플레이에 손가락을 갖다 대면 잠금이 해제되는 방식으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상용화다.
화웨이도 프리미엄 스마트폰 메이트RS에 동일한 기능을 적용했다. 중국 제조사가 지문인식을 대중화한 것이다.
ZTE는 MWC 2018에서 화면이 반으로 접히는 '액손M'을 전시했다. 당초 기대했던 폴더블폰 방식은 아니었지만, 두 개 화면을 활용하는 색다른 UI·UX는 이용자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스마트폰을 이어 쓴다는 개념을 도입한 건 ZTE가 세계 최초였다.
'독자 기술 개발'과는 거리가 멀었던 중국 제조사가 잇달아 세계 최초 타이틀을 거머쥔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오랜 기간 투자한 연구개발(R&D) 성과라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화웨이의 지난해 R&D 투자비용은 897억위안(15조8000억원)이다. 우리나라 연간 국가 R&D 투자비용과 맞먹는 수준이다. 10년간 화웨이 R&D 투자비용은 3940억위안(65조9000억)을 상회한다. 전직원 45%가 기술 연구에 매진할 정도다.
샤오미는 지난달 홍콩증권거래소에 100억달러(약 11조원) 규모의 기업공개(IPO) 신청서를 제출했다. IPO로 조달한 금액 30%를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 분야에 투자하고, 또 다른 30%는 기타 R&D 비용으로 사용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오포는 스마트폰 핵심 기술을 집중 연구하는 연구소를 △베이징 △상하이 △선전 △동관 △요코하마 △실리콘벨리 등에 구축했다. 스탠포드 대학과 '오포-스탠포드 콜라보레이션 랩' 공동 연구소를 설립했고, 뉴욕대학과 5G 연구를 진행중이다.
전문가는 스마트폰 제조사가 무조건 '세계 최초'를 추구하는 기술 문화는 올바른 지향점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시장에서 요구하는 최신 기술 경쟁에서 1~2년 이상 뒤쳐지는 것은 자칫 브랜드 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이다.
중국 제조사가 세계 최초로 주목 받은 것은 국내 제조사도 앞다퉈 경쟁에 나섰을 만큼 각광받는 기술이 대부분이었다.
전문가는 “삼성전자는 갤럭시S6에 무선충전을 세계 최초로 도입했고, 후지쯔보다 한 발 늦었지만 홍채인식 기능 대중화를 선도한 제조사”라면서 “LG전자 역시 V10에 듀얼카메라를 세계에서 처음 탑재, 스마트폰 카메라 시장을 선도했다”고 말했다.
이어 “갤럭시S9, G7 씽큐 등은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을 만한 차별화 기술이 적용되지 않았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중국이 세계 최초를 구체화할 때, 완성도만으로 깎아 내릴 시기는 이미 지났다는 걸 깨달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