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연구개발(R&D) 조세지원 제도가 무더기로 일몰 심사대에 올랐다. 혁신 기술 확보, 일자리 창출에 필요한 제도가 대부분이어서 연장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거세다. 감소 추세인 R&D 조세 감면 비율도 매년 증가하는 기업 R&D 투자액을 감안, 제고해야 한다는 연구계 목소리도 크다.
31일 기획재정부는 최근 소관 부처로부터 일몰을 앞둔 R&D 조세지원 제도 평가서를 취합, 일몰 적용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현재 14개 R&D 조세 지원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 가운데 올해 일몰 대상은 △연구인력개발비 세액공제(신성장동력산업 및 원천기술) △연구 및 인력개발 설비투자 세액공제 △기술취득금액 세액공제 △기술혁신형 합병 세액공제 △기술혁신형 주식 취득 세액공제 △기술 이전 및 대여 소득 과세특례 △신성장 기술 사업화 시설투자 세액공제 등 10개다. 신성장동력·원천기술 연구 및 인력개발비 세액공제율을 높게 적용하거나 중소·중견기업의 특허·실용신안권 등 이전 소득에 대해 소득세 또는 법인세 50% 감면 등 지원책을 담았다.
연구계는 제도 유지가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대·중소기업의 2016년 R&D 조세감면액은 2조2924억원이다. 기업 전체 R&D 투자액 53조9525억원의 4.2%를 차지한다. 그동안 기업 신기술 개발 관련 인프라 구축, 고용 창출에 기여했다. 중소기업 R&D 투자 부담을 낮췄다. 2016년 중소기업 R&D 조세감면 금액은 총 1조1529억원으로, 대기업 공제액을 처음 앞질렀다. 연구계 관계자는 “R&D 조세감면 제도는 기업의 신사업 투자와 고용 창출에서 가장 확실한 지원 제도”라면서 “제도를 더욱 효율 높게 가다듬어서 지속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감면 비율 또한 기업 R&D 투자 증가 추세에 맞춘 현실화가 지적됐다. R&D 조세 감면 비율은 2013년 이후 지속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13년 6.8%에서 2016년 4.2%까지 떨어졌다. 감면액은 2013년 3조1860억원 대비 28% 감소했다.
같은 기간 기업의 R&D 투자액은 43조2229억원에서 24.8% 증가했다. 기업 부설연구소는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추산 2만8771개에서 3만7631개로 급증했으며, 지난 3월 4만개를 돌파했다. 기업 R&D 투자액과 세액공제액은 대체로 비례 관계에 있지만 정부 지원 감소로 반대 추세를 보였다.
R&D 지원이 절실한 중소기업도 타격을 입었다.
중기 R&D 조세감면액은 증가추세지만 1개사당 세액공제액이 내리막이다. 의존도가 가장 높은 연구·인력개발비 세액공제는 2012년 6700만원에서 2016년 4500만으로, 연구 및 인력개발 설비투자 세액공제액은 2500만원에서 2300만원으로 줄었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R&D 세액지원제도 일몰을 연장하고 중소기업 관련 제도는 운영 효율 방안을 찾아 강화해야 한다”면서 “대기업 지원제도는 기술 이전 취득 등 개방형 혁신을 지원하는 형태로 보완할 필요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노 위원은 “R&D는 기업의 미래 가치를 창출하는 투자”라면서 “정부 제도가 기업 투자 의지를 꺾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표> 2018년 일몰 예정 R&D 지원제도
연구개발 관련 출연금 등 과세특례
연구인력개발비 세액공제(신성장동력산업 및 원천기술)
연구 및 인력개발 설비투자 세액공제
기술취득금액 세액공제
기술혁신형 합병 세액공제
기술혁신형 주식 취득 세액공제
기술 이전 및 대여 소득 과세특례
신성기술 사업화 시설투자 세액공제
연구개발특구 첨단기술기업 법인세 등 감면
외국인기술자 소득세 감면
최호 산업정책부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