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공정위-법무부-금융위 파상공세에 이어지는 상장사 지배구조 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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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현대차에 이어 대기업, 중소·중견기업 등 상장기업 전반에 지배구조 개편 움직임이 일고 있다. 올해 들어 본격화하기 시작한 문재인 정부의 재벌개혁 정책에 따른 영향이다. 기업집단 지배력 남용을 견제하고 공정거래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목표다.

일감 몰아주기, 사익편취 규제대상 확대 등 공정거래위원회의 주도로 법무부, 금융위원회 등 전 부처가 상법 개정, 금융그룹통합감독체계 시행 등을 통해 지배구조 개편을 전방위 압박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정부의 재벌개혁 정책이 상장회사 전체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한다. 금융투자업계는 단순 지주사 전환 뿐 아니라 비주력 계열사 매각 등 지배구조 재편으로 인한 산업 지형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SK-한진, 자회사 행위요건 강화에, 지주 자회사 추가 지분 취득 기대

삼성과 현대차그룹에 이어 금융투자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기업은 SK다. SK그룹은 이미 지주사 체제 전환을 마쳤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강화된 지주회사 요건으로 추가 개편 가능성이 남았기 때문이다.

특히 채이배 의원이 2016년 대표발의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SK텔레콤의 중간지주회사 전환론이 지속 불거지는 결정적 배경이다. 개정안에는 지주회사의 편법적 지배력 강화를 차단하기 위해 자회사 행위요건을 강화했다. 상장기업은 20%에서 30%, 비상장사는 40%에서 50%로 지분율을 높이는 것이 골자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 공약이기도 하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SK가 기준을 맞추기 위해 SK텔레콤과 손자회사 SK하이닉스 추가 지분 취득에 약 7조원에 이르는 현금이 필요할 것으로 관측한다. 다만 앞서 불거진 삼성, 현대차그룹과 같은 금산분리 강화, 순환출자 금지 등 시급한 사안이 아닌 만큼 장기적 변화가 이뤄질 전망이다.

금융투자업계는 SK텔레콤의 인적분할, 물적분할 등 중간지주회사 체제 전환 방법론부터 SK하이닉스 추가 지분 취득까지 다양한 시나리오를 내놓고 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간지주회사 도입에 대한 연장선에서 향후 SK텔레콤이 인적분할과 물적분할이 동시에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지배구조 변환으로 SK텔레콤은 효율적 자산 배분 및 투자 활성화를 통한 성장성 등으로 밸류에이션이 리레이팅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증권사들은 목표주가를 높여잡고 있다. 하나금융투자는 지난 3월 43만원으로 목표주가를 상향한데 이어 이달 들어서도 47만원으로 연이어 높였다. NH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등도 지난달 목표주가를 높였다. 최근 1달간 SK 주가는 30만원선을 밑돌고 있다.

한진그룹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한진칼이 지주회사로 있는 한진칼은 자회사 행위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주)한진 지분을 추가 취득해야 한다.

◇최상위 기업 변화에, 건설·조선 등 산업재 판도 재편

대기업 뿐 아니라 지배구조 개편으로 인한 개별 산업 분야 재편도 금융투자업계가 주목하는 분야다. 특히 건설·조선·운송 등 산업재 기업은 최상위 지배 기업의 변화에 따른 영향이 불가피하다. 특히 일감몰아주기 등을 포함한 내부거래 관련 정책 강화에 따라 그간 미뤄졌던 개별 업체도 덩달아 지배구조가 바뀔 수 있다.

박형렬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그룹 최상위 지배기업은 아니지만 실질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개별 산업재 기업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건설사 지배구조는 정책 변화에 따라 변화가 불가피 할 전망이다. 건설사 대부다수는 최근 급격하게 확대되는 현금흐름과 내부 유보 현금 증가로 대주주 지분이 낮다. 또 대부분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지 않아 자사주 매입 가능성도 있다. 중복 사업 문제도 있다. 삼성은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 현대차는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을 동시 보유하고 있다. GS건설의 GS홀딩스 편입 가능성도 꾸준히 불거진다.

조선 산업도 추가 재편 여지가 남았다. 2016년 현대중공업이 인적분할을 통해 현대로보틱스를 모회사로 하는 지주회사 체제를 확립했다. 하지만 여전히 현대미포조선·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 등 조선 3사간 출자구조 개선이라는 과제를 남기고 있다.

정유·화학업계는 효성의 인적분할이 화두다. 효성은 지난달 존속 지주회사와 효성티앤씨, 효성중공업, 효성첨단소재, 효성화학 등 4개 사업회사로 분할하는 안건을 결정했다. 다음달 1일을 분할기일로 7월 13일 재상장한다. 효성은 지주사 유상증자 또는 사업회사 주식 현물 출자 등의 방식으로 올해까지 사업자 회사 지분을 20% 이상 취득해 지주사 체제를 완성해야 한다.

◇중소·중견기업도 연이은 지배구조 개편

중소·중견기업도 덩달아 지배구조 재편에 한창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세아제강은 지난 23일 인적분할을 위한 주권 분할재상장예비심사를 마치고 투자부문과 사업부문으로 분할해 신설법인인 사업부문이 세아제강(가칭)으로 재상장한다. 기존 지주사인 세아홀딩스와 두 개의 지주사 체제를 갖게 되는 셈이다.

중견·중소기업의 지주사 전환은 지난해부터 이어졌다. 매일유업, 경동, 일동홀딩스 등이 지난해 지주사로 전환했다. 지주사 자산 요건이 1000억원에서 5000억원으로 상향 조정되면서 중소 규모 회사까지도 서둘러 전환에 나선 것으로 공정위는 풀이한다.

SK증권에 따르면 2016~2017년 사이 지주회사 전환 기업 수는 총 53개에 이른다. 2017년 9월말 기준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193개 가운데 30% 가량이 2년만에 전환한 셈이다.

한 중견기업 관계자는 “현 정부 출범 이후 계속해서 나오고 있는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이 언젠가는 중견·중소기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측면이 강하다”며 “대기업이 2세에서 3세로 가업승계를 하고 있다면, 중견·중소기업은 창업주에서 2세로 물려주기 위한 움직임이 한창”이라고 전했다.

지주회사에 대한 추가 주가 상승 여력이 점쳐지는 것도 지주사 전환을 가속화하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오진원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경제민주화로 요약되는 현 정부의 규제 강화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지주회사 주가 할인율이 역사적 저평가 국면”이라며 “하반기에는 스튜어드십 코드 본격화에 따라 지주회사의 현금흐름 개선 가시성이 높아지는 동시에 회사별 지분가치 현실화가 구체화된다는 점에서 저평가된 지주회사에 주목할 만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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