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왕연구소에 파일럿라인 구축...외부 의존도 낮추고 자체 개발
현대자동차가 전기차용 배터리 완제품 생산 라인을 구축한다. 전기자동차 핵심인 배터리(이차전지)를 직접 생산, 친환경차 주도권 강화가 목표다. 독자 생산 라인을 갖추면 완성차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빠른 시장 대응과 차량별로 최적화된 성능을 구현할 수 있다. 외부 배터리 업체와 협상력에서도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28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의왕연구소에 배터리셀 등을 포함한 완제품 파일럿(시험) 라인을 구축한다. 현대차는 최근 국내 복수 배터리 공정 업체에 장비를 발주했다. 올해 초부터는 배터리 개발·생산 관련 인력도 대거 충원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금까지 현대모비스가 LG화학,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배터리셀을 공급받아 배터리팩·배터리관리시스템(BMS) 제작 공정을 거쳐 모듈 형태로 납품받았다. 현대차는 외부 의존도를 크게 줄이는 쪽으로 전략을 바꿨다. 유럽 등 일부 시장 전기차 수요 증가 대응이 늦어지면서 내재화 필요성이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자체 배터리 확보에 공을 들이는 건 다른 글로벌 완성차 업체도 마찬가지다. 일본 토요타와 닛산은 배터리 완제품 자회사를 두고 있다. 독일 BMW는 배터리셀까지 생산 가능한 자체 시설을 구축하고 있다.
현대차는 우선 파일럿 라인으로 시작해 배터리 개발, 생산 기술을 확보한다. 하이브리드 자동차 등 저용량 배터리를 탑재하면서 점차 자체 배터리 채택을 늘려 갈 것으로 분석된다. 앞으로도 상당 기간 LG화학 등 주요 배터리 업체와의 거래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는 초기 의왕연구소 배터리 생산량은 연간 전기차(BEV) 수백대 분량의 1Gwh 미만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대차 배터리는 LG화학과 같은 리튬이온 파우치 형태가 유력하다. 독자 배터리를 적용한 차량은 2020년 전후에 출시되는 신규 모델부터 적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배터리셀은 팩(모듈화) 공정과 달리 전지 핵심 소재까지 다루는 고도의 기술 축적이 필요한 만큼 최소 1~2년 개발 기간이 필요하다.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전기차 등 친환경차 시장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완성차 업체가 배터리를 내재화하는 건 필수”라면서 “현대차가 독자 생산 라인을 통해 배터리 개발력이 확보되는 대로 수소전기차 등 배터리 용량이 적은 신규 모델부터 적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독자 배터리 생산 라인 구축과 관련, 현대차 관계자는 “배터리 라인은 구축 중이지만 배터리 완제품을 직접 생산해 적용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차는 지난해 수소연료전지전기차(FCEV) 연료전지 3대 핵심 기술(MEA·분리판·GDL) 가운데 난도가 가장 높은 전극막접합체(MEA)와 금속분리판을 자체 기술로 개발했다. 충주공장에 전용 생산 라인을 구축, 양산에 들어갔다. 세계 수소전기차 업체 가운데 연료전지 독자 라인을 갖춘 건 토요타에 이어 현대차가 두 번째다.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 정현정 배터리/부품 전문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