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우정사업 어디로 가야 하나?

Photo Image

세계 우정 사업은 디지털화가 가속되면서 경영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기업과 정부는 인터넷을 통한 전자 고지를 확대하고 일반인은 소셜 미디어로 소통하면서 우편 수요 감소가 지속되고 있다.

선진국 중심으로 우편 물량은 2006년 이후 25%까지 하락했다. 일부 국가는 절반 가까이 줄었다. 우리나라도 2002년 55억통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매년 4% 이상 감소, 지난해 37억통까지 떨어졌다. 과거에는 우편 물량과 경제 성장의 상관 관계가 밀접했지만 최근에는 1인당 우편 물량이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경제는 오히려 반대로 하락하는 모순이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경영 환경 변화는 시대 흐름이기 때문에 오히려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먼저 우편 물량 가운데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일반우편물 감소에 대응해야 한다. 스마트폰 등 대체 통신 수단이 발달하면서 주요 고객인 금융·통신 업종은 청구서나 고지서를 보낼 때 디지털 채널을 통한 다량 발송을 확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서 합당한 요금 인상을 추진하고 시설·물류망을 최적화, 비용을 절감해야 한다. 스위스 우정은 디지털 우편에 선호도가 높아지자 2020년까지 실물 공간에 디지털 요소를 결합한 전자우편 네트워크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성장 잠재력이 큰 소포·택배 사업에도 집중해야 한다. 물량 확보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인터넷이 발달함에 따라 전자상거래 시장은 매년 성장하고 있다. 세계 인터넷 전자상거래 매출액은 2006년 이후 매년 18% 증가, 2016년에는 1300조원을 넘었다. 전자상거래 매출이 전체 소매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6% 수준이다. 향후 성장의 여지가 매우 높다.

또 도시화가 진행될수록 인프라 구축 및 각종 사회 요인이 소포·택배 시장 발전에 영향을 미칠 것이고, 2021년 인터넷 사용자가 41억명으로 전망됨에 따라 전자상거래는 지속해서 늘 것으로 보인다. 해외 우정들은 소포·택배 시장에서의 점유율 확대를 위해 온라인 유통업체와 배송 파트너십을 체결하거나 당일 배송, 크라우드 배송의 전문 스타트업을 인수하는 등 다양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국제특송에도 주목해야 한다. 인터넷으로 해외에서 물건을 직접 구매하려는 경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해외 우정은 국제특송 시장에서 매출 성장을 경험하고 있고, 일부는 연 평균 10%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국가 간 전자상거래 물량은 전체 택배 물량의 20%밖에 되지 않아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매우 밝다. 네덜란드 우정은 국가 간 전자상거래 물량에 대비해 택배 위치를 손쉽게 추적할 수 있는 'Tag&Trace' 같은 솔루션을 도입하기도 했다.

우정사업본부도 경영 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외부 전문 기관과 우편 물류 프로세스 전반을 재설계하고, 우편물류센터 구축 등 물류망 최적화를 추진하고 있다. 또 국내외 인터넷쇼핑몰과의 전략 제휴 및 협력으로 전자상거래 기반 플랫폼 역할을 강화하는 등 글로벌 온·오프라인연계(O2O) 마케팅을 확대, 수익 구조 개편에 나서고 있다. 특히 드론, 전기차, 빅데이터 등 혁신 기술을 우정 사업에 접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 현장의 과로 문제 해결을 위해 노사 상생 협력으로 집배 인력을 증원하는 등 노동 조건을 개선, 서비스 품질을 높이고 있다.

이달 초 터키 이스탄불에서는 만국우편연합(UPU) 우정 CEO포럼이 열렸다. 세계 60여개국 우정 CEO들이 머리를 맞대고 우편 사업 전략에 관해 토의했다. 사업 여건 개선에도 성장이 둔화되는 원인이 무엇인지 고객이 기대하는 우편 서비스 제공을 위해 우체국의 강점과 약점을 평가하고, 새로운 수익 창출을 위한 의견을 교환했다. 또 전자우편, 스마트우편함,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 다양한 전략을 소개하고 공유했다. 핵심은 지금의 변화를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정 사업은 급변하는 사업 환경과 민간사업자와의 치열한 경쟁에 놓여 있다. 정체는 유지가 아니고 퇴보라는 말이 있다. 세계 우정은 지금의 변화를 기회로 삼아 끊임없이 혁신하고 있다. 우리도 신발 끈을 다시 조여매야 할 때다.

강성주 우정사업본부장 sjkang50@korea.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