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궐련형 전자담배 경고그림 도입…격화되는 유해성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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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가 궐련형 전자담배에 경고 그림을 부착하기로 한 것에 대해 담배업계와 흡연커뮤니티가 반발하고 나서며 유해성 논란이 재점화 됐다. 정부는 궐련형 전자담배가 '덜 해로운 담배'로 오인될 수 있다는 판단에 규제를 강화하고 나섰다는 입장이지만 담배업계는 명확한 근거 없이 혐오스러운 경고 그림을 도입하는 것은 사실적 근거를 바탕으로 해야하는 국민건강증진법에 위반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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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는 지난 14일 제2기 경고그림위원회를 구성·운영해 담뱃갑에 새로 부착할 경고 그림과 문구를 확정하고 '담뱃갑 포장지 경고 그림 등 표기내용' 개정안을 행정 예고했다. 그동안 궐련형 전자담배는 일반 담배와 달리 주사기 그림만 표기하고 '전자담배는 니코틴 중독을 일으킵니다'는 경고 문구만 기재됐다. 일반 담배와 달리 유해성에 대한 조사와 연구가 명확히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오는 12월부터 궐련형 전자담배에도 암 발병과 관련한 경고 사진을 넣기로 했다.

권준욱 복지부 건강정책국장은 “궐련형 전자담배를 생산하는 일부회사 발표에서조차 니코틴이나 타르 등 발암물질 발견 사실을 공표한바 있다”며 “특히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한 일부 오해도 불식할 필요가 있어 이번에 전자담뱃갑에도 경고그림을 삽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국내 최초로 궐련형 전자담배 아이코스를 선보인 한국필립모리스는 정부의 경고그림 도입 방침이 부당하다는 입장을 피력하면서 공식 대응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정일우 한국필립모리스 대표이사는 23일 '아이코스' 출시 1주년 간담회에서 “경고그림 보도를 접했을 때 상당히 당황하고 실망했다”며 “내부적으로 논의를 진행 중이고 (공식적으로 대응할)생각을 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정 대표는 “담배에 불을 붙이는 것과 붙이지 않는 것은 엄연히 다르고 해악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자는 노력이 많은 선진국에서 이어지고 있다”며 “(한국 정부의 입장은)그것에 역행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다만 경고그림을 넣어서는 안된다는 입장보다는 일반 담배와의 차이를 감안해 경고그림의 수위를 낮은 수준으로 담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니콜라스 리켓 전무도 현재 아이코스가 출시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경고그림을 적용한 국가는 단 한 곳도 없다는 점을 예로 들며 “현재 공개된 경고그림안은 궐련형 전자담배 사용자를 혼란스럽게 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기존 흡연자를 더 해로운 일반 담배에 머무르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궐련형 전자담배 유해물질이 일반 담배와는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국민건강증진법 제9조 2항에서도 '경고그림은 사실 근거를 바탕으로 해야한다'고 명시 돼 있다”고 밝혔다.

궐련형 전자담배에 명확한 근거 없이 각종 암 또는 질병과 연관된 경고그림을 표기하도록 하는 것은 사실 근거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는 국민건강증진법에 위반된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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궐련형 전자담배 연구

업계는 복지부 궐련형 전자담배 경고그림 도입 주장에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섰다. 복지부는 '궐련형 전자담배는 일반궐련과 유사한 특성을 가지고 있는 점'이라고 밝힌 것에 대해 담배업계는 궐련형 전자담배는 외형만 일반궐련과 유사할 뿐,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입장이다. 특히 외형적 유사성을 근거로 유사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복지부 주장은 과학적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잘못된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특히 일반 궐련은 불로 태우는 연소과정을 거치는 것과 달리 궐련형 전자담배는 태우지 않고 찌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증기를 흡입해 상당한 차이점이 있다는 입장이다.

또한 복지부가 '배출물에서 발암물질이 여전히 검출되는 점 등'이라고 밝힌 부분에 대해서도 업계 관계자는 “복지부는 '발암물질이 여전히 검출되는 점'이라는 오도적인 표현을 사용해 유독물질이 줄어든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궐련형 전자담배에서는 유독물질이 큰 폭으로 줄어든 사실은 은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복지부의 '궐련형 전자담배에 포함된 유해성분 및 건강위험성' 연구에 대해서는 인용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반박에 나섰다. 복지부는 'C연구'에서 아우어(Auer) 교수의 연구 결과를 인용했다고 밝혔지만 해당 데이터는 미국 FDA가 이미 '연소식 궐련의 유해물질 수준을 비교하는데 적합하지 않다'고 밝힌 연구라는 것이다. FDA는 보고서에서 '해당 연구는 검사 샘플 부족, 반복 횟수 부족, 일부 분석법에서 선택도 결여 등 중대한 분석적 문제가 있다'라고 밝혀 보건복지부가 정책을 결정하는데 이미 오류가 발견된 잘못된 연구결과를 인용했다는 입장이다.

또한 미국 WHO는 9가지 유해물질(벤조피렌·포름알데히드·아세트알데히드·아크롤레인·N-니트로소놀니코틴·일산화탄소·벤젠 등)이 아닌 프로피온알데히드, 크로톤알데히드, 아세톤, 벤즈안트란센, 피렌 등 5가지 물질을 포함해 비교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해외 여러 기관에서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 궐련과 비교해 WHO가 제시한 9가지 유해물질이 90.6~99.9%가 감소됐다는 연구 결과가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으나 복지부는 WHO가 제시한 기준 물질에 포함되지 않는 것은 물론 이들 중 4가지 물질은 미국 FDA 담배제품연구자문위원회가 제시한 18가지 유해물질 및 잠재적 유해물질에도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때문에 담배업계는 복지부의 궐련형 전자담배의 배출물이 일반궐련의 배출물과 동일한 것처럼 발표하는 것은 지극히 비과학적인 것으로 현재 식약청에서 조사하고 있는 'WHO가 제시한 9가지 유해물질'의 비교 분석 결과를 국민에게 정확하게 제공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담배업계는 경고그립 도입과 관련해 일반인이 궐련형 전자담배와 일반담배가 동일한 위험성을 갖고 있다고 오인할 우려가 있다는 점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특히 국민건강증진법 제9조의2, 동법 시행령 제16조의2에 따르면 일반담배와 전자담배 경고에 포함해야 할 내용은 서로 다르게 규정돼 있어 흡연자들에게 담배의 유해성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국민건강증진법 취지에도 부합한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방적으로 끊기만 권하는 기존 금연 정책으로는 한계가 있어 세계적으로 위해성 감소 방안이 함께 진행되고 있는 추세”라며 “부정확한 정보를 통한 상대적 위해성 왜곡은 일반 궐련 담배를 권장하는 결과를 초래하기에 철저한 과학적 검증을 통한 정책 결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현 유통 전문기자 jhjh13@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