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루비콘강을 건너고 있다. '극적 타결' 없이 이대로 간다면 북미정상회담은 다시 열리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양국 관계는 극적으로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해빙기를 맞은 남북 관계에도 적지 않은 타격을 입힐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예정돼 있던 6·12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취소 방침을 밝혔다.
백악관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 앞으로 쓴 이러한 내용의 공개서한을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한을 통해 “슬프게도, 당신 쪽에서 최근 성명을 통해 보여준 엄청난 분노와 공개적 적대감에 근거해, 나는 오랫동안 계획된 회담이 지금은 부적절하다고 느낀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공개적 적대감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정상회담 취소 가능성을 거론한 것을 문제 삼은 것으로 보인다.
최선희 부상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보도된 담화에서 “미국이 우리의 선의를 모독하고 계속 불법무도하게 나오는 경우 나는 조미(북미) 수뇌회담을 재고려하는 데 대한 문제를 최고지도부에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예정돼 있던 6·12 북미정상회담을 취소한 배경을 놓고 진의 파악에 들어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단에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정상회담 취소 방침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의 뜻이 무엇인지, 그 정확한 의미를 파악하려고 시도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밤 11시30분 임종석 비서실장, 정의용 안보실장, 강경화 외교부장관, 조명균 통일부 장관, 송영무 국방부장관, 서훈 국정원장,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을 청와대 관저로 긴급 소집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청와대 참모진들을 긴급 소집한 데 대해 “사실상 NSC 상임위원들을 소집한 셈”이라고 전했다.
북미정상회담이 전격 취소되면 다시 열리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측에서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한 상황에서 돌아온 선물이 회담 취소이기 때문에 두 정상간 신뢰를 다시 쌓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워보인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서한을 통해 북미정상회담 취소를 밝히면서도 “언젠가 나는 당신을 만나기를 고대한다”며 “이 아주 중요한 정상회담에 대해 마음이 바뀐다면 전화하거나 편지를 쓰는 것을 주저하지 말라”고 했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