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덕이 만난 생각의 리더]<137>김도훈 경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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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훈 교수는 “보편요금제 시행은 과잉규제이며 당장은 소비지들에게 이익이 되겠지만 멀리보면 소비자들이 손해를 본다”며 “통신 요금을 자율화하고 대신 통신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규제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

김도훈 경희대 경영대 교수를 5월 18일 만났다. 김 교수는 11일 열린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에 참고인으로 참석해 보편요금제 도입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김 교수는 “보편요금제 시행은 과잉규제이며 당장은 소비지에게 이익이 되겠지만 멀리 보면 소비자가 손해를 본다”면서 “통신요금을 자율화하고 대신에 어르신이나 통신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1시간 30분 동안 진행한 인터뷰에서 보편요금제 도입 문제점과 해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짚었다.

-규제위에는 어떻게 반대 측 참고인으로 참석했나.

▲규제위에서 연락이 왔다. 반대 측 참고인이지만 누군가는 정책 잘못을 지적해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참석했다.

-'이통사 대변했다'고 악성 댓글이 달리지 않았나.

▲악성 댓글을 보지 않는다. 어느 진영 편을 든 게 아니라 학자로서 잘못하는 통신정책에 대해 학문적 소신을 밝힌 것뿐이다. 악성 댓글에 별로 신경을 안 쓴다.

-규제위원이 주로 어떤 내용을 물었나.

▲당초 20~30분 걸릴 것이라고 했는데 위원과 질의응답을 하다 보니 1시간여 걸렸다. 주로 입법취지와 도입 성과, 통신 필수재 등을 묻기에 내 생각을 솔직하게 말했다.

-보편요금제는 시장원칙에 반하는 과잉규제라고 보나.

▲과잉규제라고 본다. 보편 요금제는 정부가 직접 통제하는 것이다. 규제 정책 중 가장 강력한 수단이다. 외국 규제기관도 놀랄 정도로 시장 경제에 반하는 일이다. 이통사는 공기업이 아니다. 보편 요금제를 도입하면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은 월 2만원대 요금제를 출시한다. 이건 사기업에 대한 지나친 과잉규제다. 최근 한국프로농구연맹(KBL)이 2018~2019시즌 외국인 선수의 키를 200㎝ 이하로 제한해 해외토픽이 된 적이 있다. 보편요금제는 그 일과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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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요금제로 요금이 내려가면 소비자는 좋은 일이 아닌가.

▲요금이 내려가면 당연히 좋다. 그걸 부정하는 게 아니다. 문제는 당장은 소비자가 좋을지 몰라도 멀리 보면 결국 소비자가 손해다.

-보편요금제로 인해 통신요금 인하 효과는 얼마로 추정하나.

▲정부 시뮬레이션 결과 적게는 1조2000억원, 많게는 2조원 정도 통신요금 인하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이통사는 그만큼 매출이 줄어드니까 보편요금제를 반대한다. 시장 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은 보편요금제를 시행하면 나머지 후발 사업자도 SK텔레콤을 따라 갈 수밖에 없다. 통신 요금은 두 종류다. 도매가(都賣價)와 소매가(小賣價)다. 도매가는 망 자체를 임대해주는 사업으로 케이블TV사업자 등에게 망을 임대해주는 걸 말한다. 소매는 B2C나 일반가입자를 상대하는 것이다. 도매는 원가 분석이 가능하다. 소매는 2G, 3G는 가능하지만 LTE나 5G는 서비스 개념이 달라 모르긴 해도 통신사도 정확한 원가를 산정하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소매가는 총괄원가방식을 채택한다. 당장 보편요금제를 적용하면 기존 틀이 다 무너진다.

-무엇이 문제인가.

▲이동통신은 다양한 서비스를 하는 자본 집약적인 장치(裝置)산업이다. 장치산업 특징은 대규모 투자를 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건 교과서에서 가르치는 내용이다. 전력이나 항만 등은 장치산업이다. 보편요금제는 정부가 앞으로 신규 투자를 하지 말라는 것이나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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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은 공공재인가, 필수재인가.

▲통신은 공공재 성격이 강하다. 통신은 4차 산업혁명 시대 중요한 자원이다. 공공재는 두 가지를 만족해야 한다. 하나는 사람들이 남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어야 한다. 다음은 내가 선택을 거부할 수 없어야 한다. 가령 등대나 공원을 예를 들면 등대 불빛을 바다를 항해 중인 배가 돈을 안냈다고 등배 불빛을 보지 말라고 할 수 없다. 공원도 마찬가지다. 종로 공원이니까 다른 데 사는 사람은 오지 말라고 할 수 없다. 그렇다면 통신은 공공재인가. 아니다. 이미 학계에서는 공공재가 아니라고 결론이 났다. 시민단체가 공공적 성향이 있다고 통신을 공공재라고 하는 건 맞지 않다. 필수재는 생존에 필수적인 걸 말한다. 물 같은 게 필수재다. 마시는 물 중에서 생수를 기업이 만들어 판다. 정부가 생수를 사먹지 못하는 사람을 위해 아리수를 공급한다. 필수재라면 정부가 재원을 투입해야 한다.

-그런데 왜 필수재라고 하나.

▲대법원이 지난 4월 통신비 공개 판결문에서 “이동통신 서비스는 전파 및 주파수라는 공적 자원을 이용해 제공되고 국민 전체의 삶과 사회에 중요한 의미를 가지므로 양질 서비스가 공정하고 합리적 가격에 제공돼야 할 필요 내지 공익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판결문 어디에도 통신을 공공재나 필수재라고 말하지 않았다. 단지 공공성을 언급했을 뿐이다.

-보편요금제 도입시 어떤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보나.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은 손실을 막으려고 할 것이다. 기업이 어려우면 먼저 손대는 게 연구개발(R&D)비와 마케팅비용 삭감이다. 마케팅비는 유통비용인데 그건 대리점을 줄인다는 의미다. R&D를 줄이면 5G를 안하겠다는 의미다.

-5G 투자비를 얼마로 보나.

▲연간 3조원씩 5년을 투자해야 한다. 보는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최소 30억원에서 최대 50조원으로 추산한다. 투자비는 요금제에서 나오는데 연간 2조원 줄이면 투자 차질은 불가피하다. 통신사 입장에서 싼 외국산 장비를 사용하거나 아니면 5G 서비스 시기를 연기할 수 있다. 결국 소비자 손해다. 정부가 이런 점을 충분히 감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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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통신비가 외국에 비해 얼마나 비싼가.

▲중간 정도다. 지난 3월 핀란드 모 컨설팅업체가 41개 국가 1GB 당 LTE 데이터 요금 비교에서 한국이 2위라고 발표한 적이 있다. 이건 대표성이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회원국 통신비를 비교 평가해 발표하다 국가 간 통신요금을 직접 비교하는 게 의미가 없다며 조사하지 않고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T)이 객관적 지수(Korea index)를 개발해 주요 국가 통신비를 비교한 결과 한국은 중간 수준이었다. 싸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비싸지도 않다.

-보편요금제를 도입한 외국이 있나.

▲요금을 규제하는 국가는 거의 없다. 우리는 요금 허가제다.

-외국 통신비 정책은 어떤가.

▲외국은 기업에 맡긴다. 그게 시장경제 원칙이다. 미국 경우 우리처럼 전국을 담당하는 통신사가 없다. 그러다 보니 경쟁이 치열하다. 한국은 통신시장이 포화상태여서 경쟁할 여지가 없다. 5G 시대는 요금 구조는 비슷하지만 나머지 부가서비스로 경쟁할 수밖에 없다.

-통신요금 자율화 입장은.

▲통신요금을 자율화해야 한다고 본다. 대신 어르신과 통신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규제를 해야 한다.

-알뜰폰 사업자가 반발하는데.

▲그럴 수밖에 없다. 현재 알뜰폰 사업자는 40여개다. 지난해 가입자는 전체 이통 가입자 12% 수준이다. 3만원대 시장 점유율은 30%다. 만약 2만원대 보편요금제를 SK텔레콤이 출시하면 이들은 문을 닫아야 한다. 정부가 해법으로 도매대가를 싸게 해 준다고 하는데 이건 공급생태계를 파괴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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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비 논란을 해결한 대안(代案)은 무엇인가.

▲통신비가 비싼 이유 중 하나가 현행 통신비에 단말기 요금이 들어있어서다. 단말기 자급제를 시행하면 통신비 구조가 투명해 지고 거품이 빠진다. 당장 마케팅 비용이 대폭 줄 것이다. 3사가 스스로 요금 인하 경쟁을 할 것이다. 삼성전자나 LG전자 제품은 자급제 능력이 충분하다. 알뜰폰 사업자도 단말기를 동시에 출시하면 보편 요금제보다 싸고 질 좋은 서비스를 소비자에게 할 수 있다. 이런 시장 친화적인 대안이 있는데 정부가 인위적으로 시장에 개입하는 표퓰리즘 정책을 추진하는 지 이해할 수 없다. 5G는 아직 국제표준이 없다. 5G를 놓고 일본과 경쟁 중인데 국제표준화를 위해 사업자와 제조사, 정부가 협력해야 한다. 특히 남북통일시대에 대비, 북한 정보통신 인프라와 5G 구축을 위한 충분한 자본을 비축해야 한다.

-제4 이동통신 허가에 대한 입장은.

▲지금 같다면 큰 좀비기업 하나 만드는 일이다. 제4 이동통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이도 있지만 현재 상황에서 살아남겠나. 수익이 난다면 대기업이 가만히 있었겠나. 만약 제4 이동통신을 한다면 정부가 예산을 투입해 직접 경영해야 한다.

-좌우명과 취미는.

▲대학교수로 수석(水石)이 취미였던 선친께서 하신 말씀인데 '운칠기삼(運七技三)'이 좌우명이다. 열심히 노력해도 안 될 때 남이나 환경을 탓하지 말고 운이라고 생각하라는 의미다. 그래야 좌절이나 난관을 극복할 수 있다. 학생들한테도 열심히 노력하고 최선을 다했는데도 안 되면 운이라고 생각하라고 말한다. 그리고 다시 도전하라고 말한다. 취미는 클래식 감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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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훈 경희대 교수는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하고 KAIST에서 경영과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경희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한국경영과학회 이사와 정보통신정책학회 편집위원을 역임했다. 역서로 '시장과 도덕'이 있다.


이현덕 대기자 hd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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