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국 무역장벽을 점점 높게 쌓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수입산 자동차 관세 추진은 앞서 철강관세 조치 후속탄이다. 미 행정부 '미국 우선주의' 정책이 현재진행형이며 향후 다른 분야로 확대될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철강관세 부과 때와 마찬가지로 무역확장법 232조 카드를 꺼내들었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외국산 제품이 미국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되면 긴급히 수입을 제한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미국은 지난 3월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관세 부과를 결정했을 때도 232조를 사용했다.
미국이 실제 자동차에 관세를 부과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가능성이 높다는 게 중론이다. 중국과 무역협상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중인 상황에서 철강관세와 마찬가지로 협상카드로 활용할 여지가 크다.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수출 부문 직접 타격이 불가피하다. 철강관세 유예국으로 지정된 지 불과 두 달 만에 주력수출품인 자동차도 관세 검토대상에 포함돼 부담이 커졌다.
우리나라가 그나마 가장 먼저 미국과 철강협상을 마치고 관세유예국으로 지정된 점은 위안이다. 하지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이 최종합의에 이르지 않은 상황에서 자동차 관세 변수가 부상한 것은 부담요인이다.
철강 부문도 대미 수출 문제가 확실히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은 철강 수출 물량을 제한하는 조건으로 고율관세를 면제 받았지만 개별 제품 반덤핑 관세부과는 계속되고 있다. 이달 미 무역위원회는 한국산 철강 선재가 덤핑으로 피해를 주고 있다며 41.1% 반덤핑 관세를 확정했다. 철강 업계에서는 관세유예를 받은 의미가 없고 오히려 수출 물량만 줄었다는 불만이 제기됐다.
트럼프 대통령 자동차 관세 검토 지시가 미국과 중국 주요 2개국(G2) 간 무역전쟁이 진정국면에 접어든 후 나왔다는 점도 주목된다. 미·중은 지난 19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무역갈등에 관한 2차 협상을 마치고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를 상당 폭 줄이고 중국 지식재산권 침해를 방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미·중 무역 갈등이 진정 국면으로 접어드는 과정에서 미국이 수입산 자동차 관세를 검토하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철강 관세 등 그동안 미국 무역규제가 중국을 타깃으로 삼았다면 지금은 특정국 견제가 아닌 자국 이익 보호 목적이 강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기반인 러스트벨트(제조업 쇠락지역) 부활을 위한 강수를 이어간 셈이다.
232조를 활용한 관세 공세가 어디까지 확장될 지도 관심이다. 산업계는 철강 관세 당시 자동차와 반도체가 다음 순번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반도체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우리나라 기술 우위가 압도적이고 산업 특성상 미국 기업 수출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특허분쟁에 미 정부가 개입하는 방법으로 간접 제재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의 무역공세 일지>
조정형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