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 위한 안전관리 대책 뭐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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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자동차 보급 확대로 리튬이온 폐배터리 발생량도 급증할 전망이다. 리튬이온 폐배터리는 발화와 폭발 가능성이 있어 안전하게 처리해야 한다. 재처리가 제대로 이루어지면 고가 원재료인 리튜모과 코발트 등을 회수해 재활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직은 전기차 폐배터리 안전관리 지침이 없어 도입이 시급한 실정이다.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 과정 및 이를 위한 국내외 동향을 살펴본다.

국내 전기차 판매대수는 지난해 1만3826대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정부가 본격적으로 전기차 보급에 나선 지난 2011년 338대에 비해 7년 만에 60배 가까이 성장했다. 2015년(2907대)과 2016년(5934대) 보급대수를 압도한다.

정부는 2022년엔 전기차 보급 물량을 35만대까지 늘릴 방침이다. 전기자동차에 사용한 폐배터리는 올해 860대 분량에서 2022년에는 9155대 분량으로 10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자동차에는 주로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한다. 리튬이온배터리는 양극, 음극, 전해질, 분리막으로 구성된다. 전해질로는 주로 유기용매를 사용한다. 납축전지에 비해 에너지 밀도가 높아 대용량 구현이 용이한데다 빠르게 충전할 수 있다.

전기자동차는 폐차하더라도 배터리는 재사용할 수 있다. 잔존 가치가 일정 기준 이상인 폐배터리는 산업용·가정용 에너지저장장치(ESS) 이차전지로 활용할 수 있다. 초기용량의 50% 이하로 떨어져 재사용할 수 없는 전기차 폐배터리는 리튬, 니켈, 코발트 등 고가의 희귀금속을 추출해 다시 쓸 수 있다.

전기차에 사용되는 고효율 리튬이온배터리 팩의 보증기간은 통상 8~10년이다. 배터리 기대 수명은 충·방전 횟수, 방전율, 사용온도, 운전자의 습관 등에 따라 편차가 크다. 차량 제조사는 급가속, 높은 온도 차이, 고속 충전 등 혹독한 사용 환경에서 배터리 성능을 보수적으로 설계한다.

일단 용량이 떨어진 배터리는 주행거리 감소, 충·방전 속도 저하 등 전기차 용도로 사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렇지만 다른 용도로 전환해 사용하는 것은 가능하다. 국내·외 연구기관 및 전문가들은 전기차 리튬이온배터리는 초기 용량의 70~80% 수준에서 재사용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리튬이온 폐배터리는 발화와 폭발 위험을 안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전기차 폐배터리의 탈거 및 보관 방법에 대한 규정이 마련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 폐차장에 폐배터리를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마치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형국이다.

대기환경보존법 58조 5항에 따라 전기차의 폐배터리는 지자체가 반납 받아야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디서 어떻게 반납해서 처리해야 하는지는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 정부의 전기차 정책이 현재까지 보급 위주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현재까지 전국에서 12대의 전기차가 폐차됐다고 파악하고 있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 2011년 전기차 보급정책을 통해 늘어나기 시작한 전기차의 배터리 수명이 조만간 다할 것으로 예상된다. 초기 모델의 경우 5년, 최근 모델은 10년을 사용할 수 있는 만큼 당장 1~2년 사이에 폐배터리 문제는 현실로 닥칠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액체 전해질을 사용하는 리튬이온배터리는 전기차에서 해체 또는 탈거하는 과정에서 감전, 폭발 및 화재가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성을 확보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 충격으로 폭발할 경우 흡입하면 사망까지 이를 수 있는 플루오르화 수소(HF)가 방출되기 때문에 폭발방지를 위한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전기차 리튬이온배터리의 경우 100㎏이 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무거울수록 전기용량이 크기 때문에 이는 곧 폭발력에 비례한다. 충격으로 손상 혹은 파손으로 전해질이 누출될 경우 위험은 더욱 커진다.

전기차 리튬이온배터리는 현재 유독물질로 지정돼 있다. 급성독성과 수생환경 유해성 등의 부작용으로 인해 지정폐기물로 관리해야 한다.

폐배터리를 단자에서 탈거할때는 적격 시설에서 절연 안전보호구를 착용하고 전기차 게기판내 배터리 상태점검, 배터리 안전회로 차단 등 안전지침을 준수해야 한다. 또 탈거한 배터리를 보관하기 위해서는 전기장치를 이용해 방전을 실시하고 열온도 검사를 통해 보관과정에서 온도상승으로 인한 폭발과 화재 등을 사전에 방지해야 한다. 외관 검사로 충격 또는 파손부위를 발견할 경우 2차 사고를 대비하는 게 좋다. 보관시설은 소방시설을 갖춘 밀폐된 실내 공간에 구축하는 것이 좋다.

전기차 폐배터리를 ESS로 활용할 경우 신재생에너지 출력보정, 피크시간 전력사용 조정, 전력 피크량 저감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전기차에서 배터리계가 차지하는 원가비중은 약 30~40%로 높다. 전기차 보급 확대로 리튬 과 코발트 공급 부족 사태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리튬, 코발트 등의 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국가와 업체간 자원확보 쟁탈전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전기차 시대에 대비한 폐배터리의 표준화된 성능평가 시스템을 구축하고 폐배터리 재활용 방법이나 기준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전기차 폐배터리를 이용한 ESS는 자원순환의 시작으로 보고 폐배터리 재생 및 활용 확대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진섭 한국자동차자원순환협회 부회장은 “전기차 보급 확산으로 폐배터리 발생은 자명하다”면서 “전기차 폐배터리의 관리체계 구축, 친환경·고효율 재활용 기술개발, 적정처리 시스템을 시급히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폐배터리 처리 규정을 마련해 관련 산업을 선도하고 재활용산업 활성화도 추진해야 한다”면서 “전기차 폐배터리를 재사용 또는 재활용하면 전기차 보급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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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폐배터리 재사용 비즈니스 플랫폼 예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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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부품별 원가비중 비교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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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배터리용 리튬 수요 구조(맥쿼리 세계 리튬 보고서,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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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전기차 보급 누적현황(2011~2020년)

광주=김한식기자 hsk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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