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업계가 선진국 대비 우리나라의 '규제 허들'이 높다고 호소했다. 전자신문·벤처기업협회 공동 설문조사 결과 응답기업 2곳 중 1곳이 우리나라 규제 수준이 높다고 답했다. 사업 인허가와 노동, 근로 규제로 인한 애로를 들었다.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의 혁신성장 기업에 대한 규제 수준'을 묻는 질문에 '다소 높다'가 29.4%, '매우 높다'가 19.7%로 총 49.1%가 선진국 대비 규제 수위가 강하다고 답했다. '매우 낮다(3.7%)'와 '다소 낮다(11.8%)'는 답변 보다 3배 이상 높은 수치다. '보통' 응답은 35.4%다.
'가장 심각한 규제'를 묻는 질문엔 '각종 인허가 규제'가 33%로 가장 많았다. '노동 및 근로 규제'가 30.4%로 뒤를 이었다. '적합업종 지정 등 경쟁제한 규제'와 '환경규제'도 각각 21.2%, 8.7%를 차지했다.
벤처업계는 이외에도 △기존 사업 분야 법률에서 벗어난 신사업·신서비스 규제 △국가기관·공무원 전문 지식 결여와 부처 간 엇박자 △정부 연구개발(R&D) 정책 지원 규제(특정사업 참여를 위한 인적 조건 규제로 신규사업자 참여 제한) △기형적 세금(개발하기까지 2년 소요, 3개월 간 매출 발생에도 세금 발생) 등을 규제 난맥으로 꼽았다.
혁신성장을 위해 규제 혁신이 시급하다는 벤처업계의 목소리가 묻어난 결과다. 문재인 정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기술혁신과 일자리 창출을 국정과제로 내세웠다. 창업과 재창업, 투자와 회수가 선순환 하는 혁신창업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목표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업계에 따르면 인공지능(AI), 의료, 빅데이터 등 세계 100대 혁신사업 중 우리나라 규제 환경에선 불가능한 사업이 57개에 달한다. 이 가운데 13개 사업 인허가가 원천 봉쇄다.
정부가 규제 혁신을 위해 네거티브 규제 기반 '규제샌드박스' 도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정부와 국회 간 논의가 미진하다.
스타트업 관계자는 “스타트업 천국으로 불리는 미국, 중국 창업 환경을 보면 네거티브 방식이 확고하다”면서 “수년째 정부가 규제 혁신을 외치고 있지만 실제 환경은 제자리 머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규제 혁신이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공무원 인식과 행정 시스템에도 확실하게 자리 잡도록 정부 차원에서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호 산업정책부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