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요국이 자동차 자율주행 시대를 앞두고 경쟁에 뛰어든 가운데 아시아 국가의 제도적 기반이 미국을 앞질렀다는 진단이 나왔다.
한국은 그중에서도 가장 선두에 달리는 '조용한 리더'로 꼽혔다.
블룸버그 산하 IT정보 제공 업체인 BNEF는 15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아시아 국가들이 자율주행 차량 전개에서 미국을 앞지르고 있다고 평가했다.
주요국 정부들은 자국 기업들이 자율주행 차 개발에 뛰어들기를 바라지만 기술이 미완성이라는 점에서 공공 도로에서 주행을 허가하기는 망설인다.
하지만 아시아 국가들은 전반적으로 자율주행 차 허가에 매우 적극적이라고 보고서는 진단했다.
이들 국가 중에서도 한국은 2020년까지 자율주행 차 판매를 추진한다는 점에서 “조용한 리더”로 꼽혔다.
한국 정부는 320㎞에 달하는 공공 도로에서 시험 운행을 허가했으며, 경기도 화성에 시험장을 지어 연내 개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공공 도로에서 시험 운행 중인 자동차도 현대, 삼성, 폴크스바겐, 서울대를 포함해 40개 이상이다.
보고서는 “처음엔 한국이 다소 뒤처졌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실제로는 많은 것을 하고 있었다”고 평했다.
싱가포르 또한 2015년 공공 도로 시험 운행을 허가한 선두 주자 중 하나다. 자율주행 버스 배치에 주력 중이며, 항구 운영사인 PSA는 투아스 항만에서 자율주행 차량 입찰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앞으로 10년 안에 단계별로 자율주행차 3000만대를 투입할 예정이다. 이는 IT 대기업 바이두, 반도체 업체를 포함한 자국 기업을 육성하려는 목적이 크다.
베이징 자율주행 트럭 업체인 투심플은 상하이와 미국 애리조나에서 상용화를 모색 중이다.
북미에서도 활발한 움직임이 있지만 연방 국가라는 특성이 걸림돌이라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미국은 17개주, 캐나다는 2개주에서만 도로 시험 주행을 허가했다.
보고서는 “미국과 캐나다는 연방 정부 사이에 별도의 행정 체계를 갖고 있다는 게 자율 시험 주행을 방해하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미 캘리포니아 주는 52개의 자율주행 시험 프로그램을 허가해 세계 최대 규모를 보였다.
유럽에서는 영국이 가장 앞서 시험 운행 기반을 지원 중이고, 프랑스, 이스라엘은 사안에 따라 공공 도로 시험 운행을 허용하고 있다.
독일은 다른 나라에 모범 사례가 될 것으로 꼽혔다. 운전자가 운전대에서 손을 뗀 채 시험 운행하는 것을 허용했으나, 시스템 실패로 사고가 나면 제조사가 책임을 지도록 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