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금융위-금감원 갈등에 코스닥으로 번지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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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 계열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 회계 논란이 코스닥까지 번지고 있다.

올해 들어 조정 국면에 들어갔던 바이오 관련 주가는 분식 회계 논란에 찬물을 끼얹은 듯 얼어붙었다. 지난 3월 발생한 차바이오텍 감사의견 '한정' 결과에 삼성바이오로직스 논란까지 더해지며 바이오주 유통시장뿐 아니라 기업공개(IPO) 시장까지 우려가 커진다.

제대로 된 기준조차 정립하지 못한 금융당국 간 엇박자 속에 혁신성장 기업 지원을 위한 코스닥 시장이 표류하는 상황이다.

◇코스닥 활성화vs금융감독 독립...금융위-금감원 냉랭한 기운

금융위원회는 오는 17일 임시 감리위원회를 열어 금융감독원이 지난 6일 보고한 삼성바이오로직스 특별 감리 결과를 논의한다. 23일까지는 증권선물위원회를 열어 감리위원회 논의 결과를 다루는 것이 목표다.

금융위는 이번 분식 회계 논란이 주식 시장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시급히 조치하겠다는 입장이다. 실제 지난 1일 금감원의 조치 사전통보서 발송 이후 3거래일 만에 삼성바이오로직스 시가총액은 9조원 가까이 빠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뿐만 아니라 주요 바이오 업종 주가가 덩달아 출렁였다.

이런 상황에 금융위는 금감원 결정에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고 있다.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고 혐의가 확정되지 않은 사안을 최종 결과 결정 이전에 공개했다는 것이다. 이에 금감원은 “감리위원회 논의 이전 감독 권한은 금감원에 있다”며 맞서고 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번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둘러싼 금융위와 금감원 갈등이 향후 나타날 금융당국 내부의 감독 기능 재편을 예고하는 사건으로 해석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려는 금융 산업정책과 감독정책의 분리는 김기식 전 금감원장 취임 당시부터 예고됐던 절차”라며 “신임 감독원장이 부임한 만큼 이런 분위기가 더 가속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윤석현 신임 감독원장은 취임 일성으로 “금융감독이 단지 행정의 마무리 수단이 되어서는 곤란하다”며 금감원의 독립성을 강조했다. 윤 원장은 금융혁신위원장 당시에도 금융위를 해체해 정책 기능을 기획재정부로 통합하고 금융감독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 바 있다.

◇회계 리스크에 제동걸린 바이오기업 상장

금감원 결정에 금융위가 추진하던 금융산업 관련 정책도 제동이 걸렸다. 2조원이 넘는 돈이 몰릴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는 코스닥벤처펀드가 대표 사례다.

금융위는 지난달 코스닥벤처펀드를 선보였다. 코스닥 신규 상장 공모주 물량의 30% 펀드 우선배정과 소득공제 혜택까지 내걸었다. 한 달도 지나지 않아 2조1980억원(2일 기준)이 몰릴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고액 자산가만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지적에 서둘러 개선방안을 발표할 정도로 금융위 관심이 큰 상품이다.

하지만 몰리는 자금과 달리 신주 물량을 공모해야 할 바이오 기업이 코스닥 상장까지 꺼리는 형국이다.

실제 지난 3월 차바이오텍은 감사의견 '한정'을 받은 이후 관리종목에 추가됐다. 지카바이러스 진단키트 제조업체 젠바디도 코스닥 상장을 앞두고 외부감사인으로부터 '한정' 의견을 받아 상장이 연기되는 등 회계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금융위 관계자는 “코스닥벤처펀드가 다른 어떤 세제 혜택 상품보다 큰 인기를 끌게 될 것은 상당히 고무적”이라면서도 “올초부터 불거진 회계 이슈로 인해 코스닥 시장을 진입하려는 기업이 줄어 수급에 문제가 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간 IPO 시장에서 공모주의 높은 수익을 주도한 것은 주로 바이오 종목이다. 2월 코스닥에 상장한 동구바이오제약은 공모가(1만6000원) 대비 2배 이상 높은 3만2000원에 시초가를 형성했다. 상장 직후인 2월 14일에는 5만2600원까지 올랐다.

그러나 연초 뜨겁던 바이오 종목이 일제히 약세로 돌아섰다. 특히 금감원 조치 중간보고서 결과 발표 이후 빠르게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바이오 업종 주가 동향을 파악할 수 있는 KRX 헬스케어 지수는 연이어 하락세를 보였다. 4일 연중 최저 수준인 3949.54까지 떨어졌다. KRX 헬스케어 지수가 올해 4000선 아래로 내려간 것은 1월 4일 이후 처음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차바이오텍, 젠바디 뿐만 아니라 각종 바이오 업종 회계 감리가 보수적으로 변한데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 의혹이 더해졌다”고 우려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감리 결과를 발표하는 동시에 금융당국 간 불확실성을 하루 빨리 풀어야 금융시장도 불확실성을 해소할 것”이라며 “금융감독 구조 개편을 하루 빨리 공식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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