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산업에 불어 닥친 '회계기준' 논란에 업계가 혼란스럽다. 차세대 국가 먹거리로 부상한 바이오산업 성장을 저해한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차바이오텍, 삼성바이오로직스 등을 둘러싼 회계기준 위반 논란에 금융당국의 일관성 있는 기준 적용과 바이오산업 특수성을 고려한 정책 마련이 필요성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최근 바이오 기업이 회계기준 논란에 금융당국 역할에 아쉬움을 지적한다. 일정 부분 기업 과실도 있지만, 금융당국의 정책 일관성이 떨어지면서 혼란을 부추겼다는 주장이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사례는 자회사였던 삼성바이오에피스 가치평가가 제대로 됐는 지, 관계사 전환이 문제가 없었는 지가 관건”이라면서 “국내 대표 회계법인이 모두 적정 의견을 냈고, 금융당국도 관계사 전환과 상장 과정 모두 문제없다고 판단했던 사안”이라고 밝혔다. 뒤늦게 분식회계 문제를 제기 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바이오산업 경쟁력 후퇴 우려도 나온다. 바이오산업은 최근 가장 많은 벤처투자가 몰릴 정도로 호황이다. 신약개발 등 성과가 나오면서 국가 차세대 동력으로 주목 받았다.
외부 리스트는 그동안 해외 투자자가 국내 바이오기업 투자를 꺼리는 최대 이유였다. 정권 교체나 사회 이슈 등에 따라 바이오 정책이 크게 변하면서 불확실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명확한 잣대로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해야 할 금융당국이 입장을 번복한 사이 한 기업의 시총은 10조원 가까이 사라졌고, 투자자 간 갈등과 불안도 커졌다”며 “연이은 바이오 기업 회계기준 논란은 바이오산업 특수성에도 원인이 있지만, 정치 이슈와도 맞물린 외부 리스크 측면이 크다”고 지적했다.
지난 달 차바이오텍은 연구개발비 대부분을 자산으로 책정해 영업이익을 높였다가 문제가 돼 실적을 수정했다. 이를 계기로 '영업이익 뻥튀기' 의혹이 바이오 업계 전반으로 퍼졌다. 자산화가 불투명한 연구개발비를 지나치게 무형자산으로 책정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속속 제기됐다.
바이오 업계는 자정 노력이 필요하지만, 바이오산업 특수성을 고려해 자산화 책정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요구한다.
이 부회장은 “바이오산업은 국가 차세대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지만, 각종 회계논란과 정치 이슈 등으로 불확실성이 높다”며 “연구개발비 자산화와 바이오산업 특수성을 고려한 회계처리 가이드라인 마련, 외부 요인 영향 최소화 등의 대책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전자신문 CIOBIZ] 정용철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