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적 기업문화로 알려진 금융권이 최근 유연근무제를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수평적이고 창의적인 기업문화를 조성하는 것은 물론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에 화답하기 위해서다. 업권 특성상 유연근무제 도입이 어려운 보험사만 대조적인 상황이다.
유연근무제는 출근 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해 '일과 가정 병행'이라는 사회적 요구를 실현하는 제도다.
아주캐피탈은 오는 2일부터 육아나 본인의 라이프 사이클에 맞춰 출근 시간을 조정하는 '자율출퇴근제'를 실시한다.
부분적으로 시행하던 자율출퇴근제를 전 직원을 대상으로 확대했다. 그동안 아주캐피탈은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를 둔 워킹맘을 대상으로 적용했다. 하지만 자율출퇴근제가 실시됨으로써 전 직원은 오전 8시부터 9시 30분까지 30분 간격으로 출퇴근 시간을 조정할 수 있다.
아주캐피탈 관계자는 “자율출퇴근제 시행으로 자기 계발이나 육아에 있어 선택권이 부여됐다”며 “직원의 워라밸 확대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KB캐피탈도 유연근무제를 도입하기에 앞서 내부 임직원 의견수렴을 받고 있다.
KB캐피탈 관계자는 “유연근무제를 도입하기 위해 시차출퇴근제와 선택근무제에 대한 임직원 의견을 구하고 있다”며 “내부 의견수렴이 끝나는 즉시, 결정해 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차출퇴근제는 1일 8시간 근무체제 하에 출퇴근 시간을, 선택근무제는 주 40시간 범위 내에서 1일 근무시간을 각각 자율 조정하는 근무체계다.
KB캐피탈은 지난 2015년 7월부터 저녁 7시에 강제로 PC가 종료되는 'PC OFF제'를 실시하는 것은 물론 매주 수요일을 가정의 날로 정하고 수요일 6시 이후 무조건 퇴근하도록 하고 있다.
앞서 현대캐피탈은 지난해 8월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자녀를 둔 맞벌이 직원의 육아 지원을 위해 출퇴근 시간을 조절하는 '출퇴근 플렉스 타임(Flex Time)' 제도를 시행했다.
신용카드사 중에는 신한·롯데·우리카드 등이 일률적인 점심시간을 폐지하고, 자유로운 출근 시간을 보장하는 유연근무제를 하고 있다.
반면 보험업계는 알리안츠생명과 푸르덴셜생명, 메트라이프생명 등 외국계 보험사만 유연근무제를 실시하고 있다. 보험업 특성상 수신 기능이 없어 고객 보험료 임금 등을 고려해 은행과 근무시간을 맞춰야 한다는 이유다. 실제 유연근무제를 하는 보험사는 규모가 작거나 기업보험을 하는 곳이 대다수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수신 기능이 없는 보험사는 보험료 입금 시간에 맞춰 운영해야 하기 때문에 은행과 업무시간을 맞춰야 하는 등의 문제가 있다”며 “하지만 직원의 워라밸을 위해 매주 수요일을 가정의 날로 지정하고, 출산이 임박한 직원에 한해 근무시간을 조정하는 등의 조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