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수상한 대한민국 경제지표

각종 경제지표가 수상쩍다. 빨간불이 켜졌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18년 4월 수출입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500억6000만 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5% 감소했다. 산업부는 지난해 4월 수출 급증에 따른 기조 효과라고 설명했지만 석연치 않다. 18개월 동안 줄곧 가파르게 치솟던 수출 추이가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통계청이 발표한 3월 산업 활동 동향 자료는 더 우울하다. 지난달 모든 산업 생산이 전달보다 1.2% 감소했다. 1월 반짝 증가했다가 2개월 연속 하락했다. 감소폭은 2016년 1월 이후 26개월 만에 가장 크다. 제조업 평균가동률도 전달보다 1.8%포인트(P) 떨어진 70.3%였다. 세계 금융 위기로 어려움을 겪은 2009년 3월 이후 9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설비 투자도 7.8% 급감하면서 6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감소율도 2016년 7월 이후 1년 8개월 만에 최대치다.

월 단위 경제지표로 전체 산업 동향 파악은 섣부른 감이 있다. 그러나 각종 경제지표가 추세라면 이야기는 다르다. 게다가 세계 경제는 호황인데 우리만 뒷걸음질친다면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 경제는 지금 반도체로 근근이 버티는 형국이다. 반도체 착시 현상이다. 자동차, 조선, 철강, 정유 등 거의 모든 제조업 분야가 위기에 빠졌다. 최저임금제와 52시간 근무제와 같이 기업에 부담을 주는 정책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대외로는 미국 금리 인상, 통상전쟁, 보호무역주의 등 온통 악재뿐이다.

경쟁력을 회복하려면 체질을 바꿔야 한다. 경제 기초부터 탄탄히 다져야 한다. 구조 개혁으로 체질을 개선하고 규제 혁신으로 기업 혁신 역량을 길러야 한다. 기업이 춤출 수 있는 환경도 필요하다. 산업 정책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점검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대안을 찾아야 한다. 남북 정상회담으로 잔칫집 분위기다. 축하하고 기뻐할 일이다. 정치는 다소 감정에 휘둘릴 수 있다. 경제는 다르다. 경제는 숫자이고 현실이다. 징후를 무시하고 대비하지 않으면 큰 코 다칠 수 있다. 방심은 금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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