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기업 '한국을 떠나자'..100여개 법인세 등 직접 비용만 1000억원대 유출

ICO 금지 조치로 이탈 가속 스위스 등 해외로 빠져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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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암호화폐공개(ICO) 기업과 암호화폐 거래소의 '탈(脫) 한국'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 여의도 한 오프라인 암호화폐거래소.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국내 암호화폐공개(ICO) 기업과 암호화폐 거래소가 줄줄이 한국을 떠났다.

국내 ICO가 막히자 '탈(脫) 한국'을 가속화했다. 이미 100여개 기업이 해외에서 ICO를 단행했다. 법인세를 포함해 해외로 나간 기회비용만 약 1000억원에 이른다. 3세대 블록체인 코어 개발 효과를 고려하면 1000조원 규모에 이르는 시장에 접근조차 못하는 상황이다.

30일 전자신문이 해외 ICO를 추진했거나 계획하고 있는 기업 또는 암호화폐 거래소 등을 전수 조사 한 결과 100여개 기업이 이미 해외로 이전했다.

이전 국가는 ICO가 다소 자유로운 싱가포르, 스위스, 홍콩, 스웨덴, 에스토니아, 지브롤터 등이다.

아이콘, 글로스퍼, 보스코인, 현대 BS&C, 엑스블록시스템즈 등이 최근까지 스위스에서 ICO를 진행했다. 싱가포르에는 거번테크, 메디블록, 지퍼, 칸델라체인, 인슈어리움 등이 진출했다. 일본에는 그라운드X, 라이파이낸셜 등이 진출 예정이다.

해당 국가는 한국 암호화폐 거래소와 기업이 ICO를 하면서 국부 창출 효과를 보고 있다. 한국 블록체인 기술과 IT 인프라, 보안기술도 내재화하는 기회를 만들었다.

해외 ICO를 진행해서 막대한 자본을 유치한 기업이 크게 늘었다.

국내 블록체인 전문 기업 더 루프는 지난해 스위스에서 1000억원 규모 ICO를 진행했다. 현대 BS&C도 스위스에 법인을 설립하고 '에이치닥' 코인을 발행, 2800억원을 유치했다. 스타트업 메디블록은 영국령 지브롤터에서 '메디토큰'을 발행, 300억원을 거둬들였다.

문제는 해외 ICO 진행 과정에서 막대한 기회비용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은 물론 우리 기업 블록체인 기술도 유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싱가포르 정부는 현지에서 ICO를 추진하는 기업에 통상 수준을 넘는 백서 내용을 담을 것을 요구했다. 백서는 블록체인 기업 기술과 가치가 담긴 문서다. 여기에 핵심 내용까지 추가하면 관련 기술이 해외로 넘어갈 공산이 크다.

전문가들은 현재 기술 유출보다 산업 융합을 주도할 3세대 블록체인 기술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점을 크게 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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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시장은 현재 비트코인 약 150조원과 이더리움 70조원, 여기에 알트코인을 합치면 대략 1000조원 규모다. 금융 당국이 ICO 금지를 고수하면 이로 인해 발생하는 기회비용 손실은 천문학 규모일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박경옥 써트온 대표는 “탈한(脫韓)하는 국내 기업이 늘고 있는 현상은 국내 기업에 대한 또 다른 역차별이 발생한 결과”라면서 “ICO 금지 조치는 국내 투자 유치를 제한하고 암호화폐 해외 유출을 가속화한다는 점에서 국부 유출 논란은 더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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