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순환 출자는 더 이상 대기업집단 소유·지배 수단 역할이 없다”고 공식 평가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확산된 순환 출자가 20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는 의미다.
순환 출자는 총수 일가가 소수 지분만으로 대기업집단 전체를 지배하는 수단으로 활용돼 '지분 1% 마법'으로 불렸다. 2013년 대기업집단 순환 출자 고리가 10만개에 육박할 정도로 많이 활용됐다. 그러나 5년 만에 고리가 41개로 축소되며 순환 출자 역할은 사실상 사라졌다.
공정위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면서 “총수 일가가 대기업집단에 미치는 지배력만큼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공정위는 24일 57개 대기업집단(자산 총액 5조원 이상 공시 대상 기업집단)의 순환 출자 변동 내역을 분석한 결과 20일 현재 6개 집단에서 41개 고리가 남아 있다고 밝혔다.
대기업집단 순환 출자 고리는 2013년 9만7658개에서 이듬해 483개로 급감한 후 매년 꾸준히 줄었다.
최근 1년 사이 282개(2017년)에서 41개(2018년)로 축소됐다. 지난해 취임한 김상조 공정위원장이 대기업집단에 '자발적 변화'를 당부한 후 삼성, 현대차, 롯데 등 주요 기업이 변화에 적극 동참했다.
현재 남아 있는 순환 출자 고리는 삼성 4개, 현대차 4개, 현대중공업 1개, 영풍 1개, SM 27개, 현대산업개발 4개 등 총 41개다. 영풍, SM, 현대산업개발을 제외한 다른 3개 기업은 이미 나머지 순환 출자 고리도 해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신봉삼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삼성은 나머지 4개 순환 출자 고리도 해소할 계획이지만 방법·시기는 미정”이라면서 “현대차는 이미 세부 해소 계획을 공개했고, 현대중공업도 나머지 1개 고리를 연내에 해소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순환 출자가 대기업집단 소유·지배 구조에서 차지하던 역할·비중이 사실상 사라졌다”고 선언했다. 지난 20년간 국내 주요 대기업집단 소유·지배 구조 형성에 활용되던 순환 출자는 이제 역할을 잃었다는 분석이다.
순환 출자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확산됐다. 당시 대기업집단은 국제통화기금(IMF) 권고에 따라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해 유상증자로 자본금을 높였다. 각 계열사가 서로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주식을 인수해 순환 출자 고리가 생겼다. 그러나 순환 출자는 가공 자본을 형성해 총수 일가 지배력 확대를 뒷받침한다는 비판에 직면, 2013년 이후 정부 제재가 본격화 됐다. 대기업집단은 지난 5년 동안 꾸준히 순환 출자 고리를 끊었고, 올해 들어 사실상 해소됐다는 분석이다.
공정위는 순환 출자 해소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총수 일가는 여전히 대기업집단에 미치는 영향력에 비해 책임이 적고, 공익법인·지주회사를 이용한 총수 일가의 편법 지배력 확대 의혹도 지속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다음 달 10일 10대 그룹과 세 번째 회동한다. 이 자리에서 순환 출자 해소를 긍정 평가하고 아직 남아 있는 문제의 지속 개선을 당부할 전망이다.
신 국장은 “순환 출자를 해소했다고 대기업집단 문제가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면서 “총수 일가가 행사하는 지배력과 책임을 일치시키는 것이 궁극 목표이자 방향”이라고 말했다.
대기업집단 순환출자 현황(자료:공정거래위원회, 2018년 4월 20일 기준)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