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보나 신보 보증서도 못 받고 은행에서도 받아주지 않는 중소·벤처기업이 많습니다. 기존 정책이 미치지 못했던 부분입니다. 이를 충족하기 위해 가장 우선적으로 추진할 정책이 P-CBO라고 생각합니다.”
이상직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은 글로벌 히든챔피언을 육성하고 중소벤처기업이 유니콘으로 혁신 성장하기 위해 복합금융(BW, CB)을 활용한 P-CBO 사업을 시급히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진공이 보유한 혁신 기업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기존 금융 지원 정책이 품지 못하던 기업의 성장 디딤돌이 되겠다는 설명이다.
복합금융 P-CBO란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전환사채(CB) 등을 기초자산으로 발행하는 유동화증권이다. 후순위 10~15% 중진공 인수분을 기반으로 선순위 85~90% 시중 재원을 조달한다. 중소·벤처기업이 발행한 회사채에 중진공이 신용을 보강해 우량등급 유동화증권(ABS)으로 전환 후 시장에 매각, 투자금을 모으는 방식이다.
지난달 취임한 이 이사장은 중진공 기관운영 방향 소개 자리에서도 신규 P-CBO 추진 배경과 효과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이스타항공을 창업하고 경영해본 기업인 입장에서 데스벨리(죽음의 계곡)를 헤쳐나갈 수 있는 유동성 지원이 중소벤처기업에 가장 시급하다는 것이다.
이 이사장은 “기술보증기금과 신용보증기금이 하고 있는 역할과는 대상과 정책 방향이 다르다”면서 “중진공은 제조업에 기반을 둔 기업 데이터가 있기 때문에 지원하는 기업 포트폴리오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전에도 P-CBO를 도입한 적이 있다. 당시에는 벤처기업 자금난 해소를 위해 도입했다. 중진공은 유니콘 기업을 육성하는 정책 일환으로 사업 추진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부가 10~20% 마중물을 대고 나머지는 시중에서 조달하는 만큼 재원 마련에 무리가 없을 것으로 봤다. 부동산과 암호화폐로 가는 시중 유동성을 흡수할 뿐만 아니라 융자·보증, 성장공유 대출 대비 평균 22배에 달하는 재정지출 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했다. 후순위 인수 재정활용효과에 회수기간(3년) 재정운용효과 등을 계산한 수치다.
이 이사장은 “과거 벤처 버블 연착륙을 위해 P-CBO를 실행한 바 있었고 대기업 중심을 그나마 벤처 생태계로 바꾸는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아울러 일자리 창출 중심으로 사업 내용과 방식도 개편하고 있다. 정책 자금 지원 선정 평가 시 일자리 창출 평가 비중을 확대할 계획이다. 기관장 직속으로 '일자리추진위원회'를 설치해 계획·실행·점검 등 관리체계를 일원화한다.
이 이사장은 “장기적으로 좋은 일자리를 많이 창출할 수 있는 기업에 가중치를 두려 한다”면서 “P-CBO를 계속 강조하는 이유도 기업이 일자리를 만들 수 있도록 마중물을 계속 넣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