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 단축 비상]가전·자동차업계, 삼성·LG·현대차 '예행연습'…협력사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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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삼성전자와 LG전자, 현대자동차 등 가전·자동차 대기업은 오는 7월 시행될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 제도 시행을 앞두고 예행연습이 한창이다. 주요 대기업은 근로시간 단축과 삶의 질 제고를 위해 기업별로 다양한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다만 대기업 협력사 등 인력이 부족한 일부 중견기업은 구인난이 더 심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주 52시간 근무를 도입했다. 올해 1월에는 직원이 스스로 근무 시간을 관리할 수 있는 근태관리시스템을 개편했다. 근로시간 단축 시행 전 시범 운영을 통해 미리 문제점을 파악하도록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LG전자도 올해 2월 사무직을 대상으로 주 40시간 근무제를 도입했다. 지난달부터는 전 생산직에 주 52시간 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다. 전 조직에 주 52시간 근무를 도입한 셈이다. 임직원의 개별적 생활 패턴이나 업무 특성에 따른 유연근무제 확대도 검토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주간 연속 2교대제를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현대·기아차 생산직은 주간 연속 2교대 근무제를 시행 중이다. 주야 2교대제로 심야 근로를 하는 대신 생산직을 1, 2조를 나눠 각각 8시간씩 근무하는 제도다. 현대차그룹은 2015년 1월부터 매주 수요일 오후 6시 퇴근을 보장하는 스마트 데이도 도입했다.

중견 가전기업 청호나이스는 올해 주 52시간 근무 체제에 돌입했다. 행정 인력은 근로시간 9시 출근 6시 퇴근을 원칙으로 한다. 생산직의 경우 기계 설비 비중을 강화와 작업 효율성 제고로 근로시간을 단축하고 있다.

주요 기업이 모의실험에 동참하면서 근로시간 단축은 빠르게 확산될 전망이다. 그러나 일선 현장 근로 현실을 감안할 때 제도 보완 없이 근로시간 단축을 전면 시행하면 기업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기업 입장에서 계절성 제품이나 인기 제품 등 일시적으로 수요가 몰리는 제품 생산은 탄력적 대응이 쉽지 않다. 생산직 인력을 추가로 뽑아야 하지만, 단기적인 수요 확대만으로 채용을 늘리긴 어려운 실정이다.

한 중견기업 관계자는 “업무량이 특정 시기에 몰릴 수 있는 생산직의 근무시간 단축을 완전히 해결하지 못했다”면서 “현재 야근 수당 비율이 높은 생산직 노동자의 임금 형평성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중견기업은 일률적인 근로시간 단축이 최저임금 인상과 맞물려 경영상 타격이 될 것으로 우려했다. 대기업과 거래하는 일부 협력사는 생산 물량을 유지하기 위해 추가 인력 고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현재도 청년의 기피 현상으로 인력 채용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은 고충을 토로한다.

한 협력사 관계자는 “제도 이전에도 구인난을 겪는 입장에서 근로시간까지 단축되면 비용 추가 부담은 물론 구인난까지 이중고를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정치연 자동차 전문기자 chiye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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