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버·스토리지 등 하드웨어 국산화는 자동차를 국산화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고가 컴퓨팅 장비가 다운사이징 트렌드로 변화하는 지금이 국내 기업 도약의 좋은 기회입니다.”
나연묵 단국대 응용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자동차를 국산화 통해 수출 효자 기업으로 키운 것처럼 컴퓨팅 장비도 충분히 성장 가능성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컴퓨팅 패러다임은 서버 크기가 축소되고 기술개발도 쉬워졌다. 과거 하이엔드 서버는 기술개발 난이도가 높을 뿐 아니라 막대한 투자가 필요했다. 가격도 높아 수요처가 한정됐다. 하지만 이후 유닉스 서버로 사양이 낮아졌다. 최근 x86 소형 PC급 리눅스 서버로까지 내려왔다.
국내 x86서버 시장은 2012년 유닉스를 앞지른 후 지속 성장했다. x86서버 안정성에 의문을 가졌던 금융권도 지난해 카카오뱅크를 시작으로 빠르게 공급이 확산된다.
나 교수는 “하드웨어 사이즈가 줄어들고 기술개발이 쉬워지면서 국내 중소기업도 시장에서 충분히 경쟁할 만 하다”면서 “삼성전자가 서버 사업을 접으면서 국내 하드웨어 시장에 암흑기가 찾아왔지만 최근 시장 상황은 국내 기업에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물론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국내 하드웨어 시장은 말 그대로 걸음마 단계다. 케이티엔에프(KTNF)가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제를 통해 데이터 센터용 x86서버 개발에 성공했지만 외산 제품과 비교해 가격·성능 모든 면에서 경쟁력이 뒤처진다. 스토리지도 같은 해 과제를 시작했지만 여전히 개발 중이다.
나 교수는 “우리가 손 놓고 있는 사이 모든 컴퓨팅 인프라는 외산에 뺏기고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컴퓨팅 서비스만 이용하게 될 것”이라면서 “하드웨어 인프라를 단번에 따라잡는 것은 어렵더라도 접근 가능한 부분부터 국산화 해 차근차근 성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산화에 성공해 외산기업과 경쟁하는 분야도 있다.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이 대표적이다. 2000년대 처음 개발을 시작해 현재 30%가량 점유율을 차지한다. 오라클 등 글로벌 기업과 경쟁에서 영역을 구축했다.
나 교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여는 클라우드, 딥러닝, 인공지능(AI)도 결국 컴퓨팅 파워를 필요로 한다”면서 “1~2%대 점유율이지만 10년을 내다보고 산업을 키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영일기자 jung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