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천사·악마 두 얼굴 매크로…"AI로 달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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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가입시 나타나는 캡차.(사진=전자신문DB)

매크로는 당초 인간 삶을 편리하게 해주는 '착한 기술'이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매크로는 일상적으로 수행하는 반복 작업을 자동화한다. 건물 속 나쁜 공기를 일정 간격으로 빼주는 환기 시스템에 매크로 기술이 쓰인다. 엑셀 프로그램에도 적용된다. 물건을 사고판 금액만 입력하면 부가가치세가 저절로 계산된다.

그러나 이를 악용하면 '나쁜 기술'로 변한다. 매크로는 게임시장 마피아로 통한다. 불법으로 게임 아이템을 모을 때 매크로를 돌린다. 매우 적은 확률로 얻을 수 있는 게임 아이템을 손에 쥐기 위해서다. 사람 대신 프로그램이 하루 종일 게임을 하며 아이템을 모으는 방식이다.

댓글도 마찬가지다. 여러 개 아이디를 쥐고 같은 내용을 게시판에 도배할 수 있다. 이번에 터진 댓글 사태가 그것이다. 포털 시스템 문제를 파고들었다기보다 개인정보를 대량 수집, 범죄 용도로 썼다. 한 아이디로 댓글을 쓴 뒤 다시 다른 아이디로 접속해 글을 남기는 행동을 반복했다.

포털은 문자인증 보안기술 캡차(CAPTCHA)를 내세워 댓글 조작을 막는다. 같은 IP에서 여러 개 아이디로 접속하는 것이 포착되면 캡차를 가동한다. 캡차는 컴퓨터 프로그램이나 로봇은 읽을 수 없고 사람만 판독 가능한 구부러진 단어·문자 생성 기술이다. 불법이 의심되는 상황이 벌어지면 캡차가 작동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보안 프로그램도 매크로를 완벽히 막을 수 없다고 말한다. 인공지능(AI)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른다.

매크로는 완전 범죄를 저지르지 못한다. 일정 패턴에 맞춰 반복 작업하기 때문이다. 포털에 댓글을 남기고 입력 버튼을 누르면 서버로 정보가 넘어간다. 이때 패턴 분석 프로그램을 심어놓으면 이상 징후를 잡아낼 수 있다.

다만 범행을 감추려는 매크로 역시 진화한다. 다양한 패턴을 심어 범죄 흔적을 최소화한다. AI 도움이 필요한 이유다. 갈수록 교묘해지는 매크로 수법에 대항하는 AI 기반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기술적 대응 외에 정책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제안도 나온다. 댓글 실명제와 포털 대신 사회적 책임을 질 수 있는 뉴스 사이트에서 분산해 여론을 형성케 하는 기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진녕 법무법인 이경 변호사는 “사실상 공영방송보다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포털이기 때문에 스스로 댓글 조작과 같은 문제가 일어나지 않도록 규제 틀을 만들어야 한다”며 “댓글 자체를 아예 못 달게 하거나 실명제를 시행하는 등 해외 사이트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를 위해 '댓글 실명제'를 도입하자고 요구했다.

최 변호사는 “과거 표현의 자유를 위축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댓글 실명제에 대한) 위헌 결정이 내려졌다”며 “그러나 지금은 표현의 자유를 무제한 보장하는 게 옳은지 다시 검토해야 할 시기”라고 전했다.

◇매크로 개념도

(자료=업계 취합)

[이슈분석]천사·악마 두 얼굴 매크로…"AI로 달래야"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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