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그룹 통합감독, 지배구조 개선...연이은 금감원장 낙마에 흔들리는 금융혁신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 낙마로 문재인 정부 핵심 과제인 '금융혁신'에 빨간불이 켜졌다.

민간 출신과 정치권 출신 금감원장이 한 달 새 연이어 불명예 퇴진했다. 금융그룹 통합감독 체계 도입,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 제2금융권 고금리 대출 등 이미 칼을 꺼내든 정책 과제의 추진 동력 상실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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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금감원 및 금융권 관계자에 따르면 최흥식·김기식 전 금감원장 취임과 함께 제시한 각종 정책 과제 추진에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이날 김 전 원장의 사표가 수리되면서 금감원장 자리는 15일만에 다시 공석이 됐다. 최흥식 전 금감원장이 하나은행 채용비리에 연루돼 사임한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벌어진 일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당분간 불확실한 상태라도 김 전 원장이 자리를 지키며 현안을 풀어갈 것으로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빠른 결정에 당황스럽다”며 “현재는 주어진 일을 착실히 하는 수 밖엔 없다”고 전했다.

김 전 원장은 취임 직후 금융권 채용비리 문제와 지배구조 개편, 2금융권 고금리 규제 방안 등 금융권의 불합리한 제도 개선을 외치며 전방위 행보를 벌였다. 특히 금융그룹 통합감독 방안과 지배구조 개선 방안 등 기존 금융당국이 나서지 못한 분야의 강력한 혁신을 기대했다.

당장 7월 시행을 준비한 금융그룹 통합감독 방안도 힘이 빠질 가능성이 커졌다. 금융위는 지난 3일 금융그룹 통합감독을 위한 모범규준 초안을 발표했다. 의견수렴을 거쳐 6월 최종안을 마련해 하반기 시행이 목표다.

벌써 업계는 금융그룹 감독조직 개편 및 감독부서 협의체 구성 등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예상보다 온건한 최종안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김 전 원장이 취임하면서 금융그룹 통합감독 방안을 강하게 추진할 것으로 예상했다”며 “새롭게 감독 대상으로 포함될 금융그룹 입장에서는 안도하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 밖에도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편, 금융권 채용비리 등 금감원장이 중심을 잡아야 하는 정책도 쌓여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소비자 보호 문제는 금감원 고유 업무인 만큼 큰 무리가 없겠지만 내부 조직 혁신TF부터 업권 전체를 아우르는 문제를 수장 없이 결정하기 쉽지 않다”고 밝혔다.

기업구조조정촉진법 등 일몰 도래를 앞둔 법안의 재연장도 표류 가능성이 커졌다. 기촉법은 6월말로 일몰된다. 기촉법 일몰 시 부실기업은 더 이상 채권단 주도 워크아웃이 불가능하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기촉법 재연장을 통해 채권단 주도 구조조정을 상시화하는 것이 목표지만 국회 상임위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혁신을 위해 더 센 사람을 민간에서 앉히려 한다면 반발로 인해 현안은 논의조차 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차기 금감원장이 오더라도 업무 파악과 각종 보고로 제대로 된 업무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하루 빨리 어수선한 상황이 해소되길 바랄 뿐”이라고 전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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